이 기사는 09월 24일 14: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내부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내부거래란 통상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를 의미하는데, 우리 공정거래법은 1996년 부당한 지원행위(부당지원) 규제를 신설하고, 2013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사익편취)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부당한 내부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 사익편취를 다수 적발규제하고 있지만, 신임 주병기 위원장의 취임으로 이러한 집행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신임 위원장은 과거 학자 시절부터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부당지원과 사익편취를 대기업의 병폐 중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목하였으며, 실제로 지난 2025. 9. 16. 취임식에서 ‘기업집단 내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내부거래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내부거래로 인하여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고 시장기능이 왜곡되거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거래의 내부화 또는 수직계열화 등을 통하여 효율성이 증대되고 보안성이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거래법 역시 내부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는 않고, 그것이 부당지원 내지 사익편취에 해당할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한편 부당지원 규제와 사익편취 규제는 그 부당성의 징표가 어디 있는지에 따라 구분되는 것일 뿐(부당지원의 경우에는 경쟁저해성 내지 일반집중, 사익편취의 경우에는 소유집중), 그 대상이 되는 행위유형은 사실상 거의 유사하고, 이에 단일한 내부거래에 관하여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양자가 모두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입법연혁을 보더라도 사익편취 규제는 부당지원 규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는바, 결국 내부거래 문제의 기본이자 핵심은 부당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부당지원이란 무엇인가? 일견 매우 간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당지원의 의미와 경계가 그리 명확한 것은 아니다. 우선 부당지원이란 말 그대로 부당한 지원, 즉 ‘어떤 행위가 자신을 위한 거래가 아닌 상대방을 위한 지원으로서 부당한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인데, 종래 부당성 문제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사실 더 본질적이고 일차적인 문제는 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다. 그동안 집적된 판례를 통하여 부당성의 의미는 어느 정도 해명되었으나, 지원행위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기도 하다. 이하 부당지원에서 말하는 ‘지원행위’의 개념과 범위에 관하여 세부적?기술적인 점은 차치하고,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그 규범적, 논리적, 체계적 기초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첫째, 지원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지원주체의 손해’가 인정되어야 한다(규범적 기초). 거래는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일반적 매입거래의 경우 매도인(지원객체)도 이익을 얻고, 매수인(지원주체)도 이익을 얻으며,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서 지원행위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가매입 거래라면 매도인은 이익을 얻지만, 매수인은 손해를 입고, 이러한 경우는 비정상적인 거래로서 지원행위가 될 수 있다. 어떤 거래를 부당지원이라는 이유로 규제하기 위한 규범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래의 본질이 상호 이익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지원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인 지원객체에게 이득을 주었다’는 점에 비난 가능성, 규제의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지원’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관점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내부거래가 있고, 그로 인하여 지원객체가 일정한 이득을 얻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원주체의 희생을 통한 경제적 이익의 이전이 아니라면, 그 부당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지원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상호이익이 되는 거래를 단지 계열사 간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내부거래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지원주체의 손해는 헌법재판소가 부당지원의 규제 근거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1헌가25 결정).
둘째,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정상가격’ 산정이 필수적이다(논리적 기초). 공정거래법은 지원행위를 ‘지원주체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지원객체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관한 구체적 행위유형으로 대가성 지원행위(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거래), 규모성 지원행위(상당한 규모로 거래),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이른바 ‘통행세’)를 규정하고 있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고 할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행위, 즉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고가로 매수해 주는 행위’이다(대가성 지원행위, 고가매입). 여기서 다른 거래와 달리 고가로 거래하였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한 개념이 바로 정상가격이다. 이러한 정상가격을 단순한 도구개념으로 보아 다소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인 가격, 즉 일반적인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고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가? 즉 정상가격이 도구개념인 것은 맞지만, 이는 단지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방한 도구가 아니라 필수적인 도구인 것이다.
물론 정상가격 산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여기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어디까지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로서 ‘정상가격’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가격이 도구개념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측면과 관련한 것인바, 정상가격 산정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란 ‘굳이 정상가격을 산정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일 뿐, ‘정상가격 산정이 어려운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것이 거래 자체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즉 거래를 안 하는 것이 정상이고, 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인 경우) 비정상 거래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지원행위라고 할 수 없다. 정상가격 산정 없이도 지원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판례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1두6197 판결,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두3172 판결 등)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이에 대하여 정확한 정상가격을 엄밀히 산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정상가격 산정의 필요성을 완화하고자 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정상가격은 반드시 단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의 ‘폭’으로 존재한다. 정상가격 산정이 쉬운 경우라면 그 가격이 하나의 가격으로 특정될 것이고, 어려운 경우라면 일정한 범위의 가격으로 정해질 것인바,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그 가격의 범위가 넓어질 뿐이다. 정상가격 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정상가격 산정 없이 지원행위를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셋째, ‘규모성 지원행위’는 대가성 지원행위와의 관계를 전제로 이해하여야 한다(체계적 기초). 사실 대가성 지원은 일응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규모성 지원은 그렇지 않다. ‘정상가격’은 그 구체적 산정의 어려움은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개념 자체로는 상정이 가능하지만, ‘정상규모’라는 것은 구체적 산정 문제 이전에 그 개념 자체를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정상가격과 달리 정상규모에 관하여는 법원 판결이나 공정위 심사지침은 물론 학설상으로도 그 개념이 명확히 제시된 바 없는데, 이는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정상규모라는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규모성 지원행위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서의 ‘규모’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가? 이를 위하여는 규모성 지원행위를 대가성 지원행위의 보완으로서, 그에 준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예컨대 대가성 지원행위는 ‘차액 100 x 수량 2 = 200 지원’이라면, 규모성 지원행위는 ‘차액 2 x 수량 100 = 200 지원’인 것으로서, 차액과 수량의 상대적 크기만 달리하는 것이다. 판례 역시 대가성 지원행위의 판단에 관하여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면서, 규모성 지원행위에 관하여는 ‘지원성 거래규모,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4두7610 판결 등), 차액과 수량의 고려순서만 바뀌었을 뿐 고려요소 자체는 완전히 동일하다.
요컨대, 규모성 지원행위에서도 최소한의 차액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정상가격 산정이 필요하다. 다만 수량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지원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운 거래가 그 수량 때문에 지원행위가 될 수 있을 뿐이다(반대로 대가성 지원행위는 수량이 아니라 차액 때문에 지원행위가 되는데, 이 경우에도 만일 수량이 너무 미미하다면 지원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규모성 지원행위에서 ‘규모(수량)’는 대가와 전혀 무관한 독자적 의미를 가지는 요건이 아니라, ‘대가(차액)’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됨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요소이다.
이에 대하여 ‘규모성 지원행위에서는 정상가격 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규모성 지원행위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견해에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판례들은 모두 이른바 ‘통행세’ 문제와 관련한 것으로서, 굳이 정상가격을 산정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한 것 자체가 경제적 이익의 이전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사례들이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9도19067 판결, 대법원 2024. 6. 17.자 2024두35811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24. 1. 31. 선고 2020누55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1두49444 판결).
한편 위와 같이 규모성 지원행위에서는 정상가격 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는 그 논리를 더욱 확장하여 ‘설령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더라도, 대가성 지원행위는 성립할 수 없지만, 규모성 지원행위는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소극적 관점에서나마 지원주체의 손해가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예컨대, 지원주체가 마땅히 얻을 수 있는 또는 얻어야 하는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경우 등이 아닌 한), 위와 같은 경우는 애당초 지원행위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내부거래는 허용되고, 어떤 내부거래는 금지되는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하고, 부당지원 내지 사익편취의 전제가 되는 지원행위의 개념과 범위를 분명히 하여야만 공정한 시장경제의 확립과 함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임 위원장 하에서 부당한 내부거래의 기준이 보다 합리적으로 설정되기를 기대한다.
<i>*<배상원 김앤장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법학박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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