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부터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시작됩니다. 항공, 숙박시설이나 면세점 등은 물론이고, 주요 관광지 음식점과 쇼핑몰 등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며 반기고 있습니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실제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서울 유명 지역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시작되지만, 관광수지 적자가 크게 해소되기도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8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04.6% 증가한 규모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줄고 있습니다. 2019년 1255달러였던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올해 17.4%나 감소한 1012달러에 그쳤습니다. 결국 전체 관광 수입도 13.6% 줄어든 8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고,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총지출액이 141억4000만달러까지 늘어나 상반기 관광수지는 52억달러(약 7조원) 적자에 달했습니다. 올해 관광수지는 15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옆 나라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의 양과 질에서 두루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2014년만 해도 국내 외국인 관광객은 1391만명,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은 1341만명으로 한국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뒤집어졌습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데 비해, 일본은 이미 2024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3687만명에 달했고 2030년이면 6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와 함께 관광흑자도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관광흑자는 6조6864억엔(약 63조3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관광적자가 104억4000만달러에 이른 것과 대비됩니다. 일본이 일찌감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자원 확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2014년 5월 지방소멸 보고서를 계기로 '관광은 일본 성장 전략의 큰 기둥'이라고 판단해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 비전 구상 회의'를 출범했습니다. 지자체, 교통사업자, 액티비티 사업자, 문화재, 국립공원 등 지역 내 모든 자원을 총괄하며 관광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지역관광 추천조직(DMO)을 설립해 관광자원을 확보했습니다.
DMO는 우선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초대형 이벤트를 개최하고, 미국과 유럽, 호주 등 부유한 국가 위주로 관광 활성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이어 이들 국가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 및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브랜딩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해 부유한 국가 국민들이 관광하러 오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대상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포함되는데, 지난해 한국인 약 900만명이 일본을 찾았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의 관광흑자는 지방 중소도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고 일본 전역 항공편과 숙박업소 등을 정비하면서 큰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 오는 관광객은 대부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서울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무비자 단체 관광객들도 경기·인천에서 저렴한 숙소를 잡고 관광은 서울에 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부유한 관광객이 아니기에 관광 수입도 많이 증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도 부유한 국가 관광객이 개별여행을 쉽게 올 수 있도록 전국에 관광 자원을 골고루 마련하고 마케팅과 교통·숙박 인프라를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방소멸을 방지하면서 관광흑자도 늘릴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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