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는 이곳은 사파리일까, 밀림 속 정글일까. 놀랍게도 이곳은 호텔이다. 반얀트리 그룹이 통산 100번째 리조트의 문을 열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곳에.

싱가포르 도심에서 차로 30분. 24만 평(79만3388㎡)에 달하는 북부의 만다이 야생공원(Mandai Wildlife Reserve)에서 야생의 세계가 열린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의 울창한 아열대식물을 헤치고 나타난 건물 하나. 담벼락을 타고 자라난 덩굴과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넝쿨,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영화 <쥬라기 공원> 속에서 튀어나온 듯 압도적이다. 이곳은 싱가포르 만다이 야생 보호 구역 안에 자리 잡은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Mandai Rainforest Resort by Banyan Tree)’. 글로벌 호스피탤리티 그룹 반얀트리가 최초로 싱가포르에 오픈한 리조트다.

떠나요, 동물의 왕국으로
리조트 로비가 제집 앞마당인 양 느긋한 왕도마뱀과 투숙객 사이를 활보하는 원숭이, 철망 너머 우거진 숲속 웅크린 야생 돼지까지. 국가가 지정한 보호구역인 만다이 야생공원 내 자리 잡은 리조트인 이곳은 그야말로 ‘동물의 숲’이다. 마주하게 되는 건 동물뿐이 아니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다른 장소, 다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객실 커튼을 걷으면 이곳은 금세 아마존 정글이 된다. 한눈에 채 담지 못할 정도로 드넓은 저수지와 우거진 열대우림에 싱가포르 수도 한가운데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을 정도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리조트의 모습은 영화 <쥬라기 공원> 속으로 이동한 듯하고, 순수한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수영장은 중생대 익룡의 둥지에 들어온 듯 포근하다.


만다이 리조트는 총 3개 구역으로 나뉜다. 로비가 자리 잡고 있는 메인 블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양쪽에 총 338개의 일반 객실과 24채의 트리하우스가 분포돼 있다. 리조트는 숲의 바닥부터 나무의 줄기가 가지로 뻗어나가는 부분을 칭하는 우듬지까지 이어지는 열대우림의 독특한 층에서 영감을 받았다. 씨앗의 껍질을 모티프로 한 트리하우스는 저수지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도심과 떨어져 있다고 여행의 즐거움인 미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호텔 내 시그너처 레스토랑 ‘포리지(Forage)’와 ‘플랜터스 셰드(Planter’s Shed)’에서는 로컬 음식부터 파인다이닝까지 다채로운 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리조트에서 간혹 만나는 동물에 아쉬웠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동물의 왕국으로 떠날 차례다. 만다이 리조트는 싱가포르 동물원을 비롯해 나이트 사파리, 리버 원더스, 버드 파라다이스 및 레인포레스트 와일드 등 총 5개의 테마파크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걸어서 열대우림 속 모험지로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오픈 주(Open Zoo) 콘셉트의 나이트 사파리는 싱가포르 관광객에게 필수 코스로 꼽힌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야행성동물과 인도코뿔소, 아프리카흰사자, 말레이맥, 아시아코끼리와 만나는 시간은 잊지 못할 싱가포르의 밤을 선물한다.

자연 속에 녹아드는 ‘쉼’
‘자연과 건축의 건강한 공존이 가능할까’. 싱가포르 출신의 한 부부는 이 물음에 행동으로 답했다. 1980년대 무자비한 채굴로 황폐해진 주석 광산 부지를 사들인 그들은 땅을 다시 일구고, 나무를 심어 그 일대의 자연환경을 가꿔나갔다. 반얀트리 그룹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45년여의 세월이 흘러 100번째 리조트 문을 열기까지 그들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철학을 잊지 않았다.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가 자리 잡은 지역은 이전에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 동물 병원과 묘목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현재 리조트 곳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입구의 두 나무는 부지를 개발할 때부터 그 자리에 있던 터주대감. 한쪽에는 우산처럼 펼쳐진 12m 높이의 레인 트리가, 다른 한쪽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인디언 비치 나무가 투숙객을 제일 먼저 맞이한다. 건축물의 설계 단계부터 기존 지형과 구조물을 살렸으며, 기존에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동물들의 생태도 고려했다. 필로티 기둥을 활용해 지상에서 띄운 형태로 지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야생동물과 식물이 구조물 아래에서 자유롭게 서식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 한 그루도 허투루 베지 않았다. 이미 훼손된 토지를 중심으로 한 건물 배치를 기본 원칙으로 했으며, 이미 성장한 나무들의 보존 가치를 판단해 가능한 한 많이 보존했다. 국립공원의 나무껍질은 콘크리트 건물 외관 벽면으로 재탄생시켰다. 나무줄기는 펄프로 재활용해 트리하우스의 외벽 마감재와 리셉션 데스크로 사용하기도 했다.
호텔 내 눈길 닿는 곳곳은 절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건물 전체를 뒤덮은 자생식물과 구조물, 철망 등 일반적인 호텔과 전혀 다른 구조와 외관 때문. 특별한 디자인은 만다이 리조트만의 콘셉추얼한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은 지속 가능한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다. 철로 만든 와이어 메시 구조물은 덩굴식물의 성장을 돕고 수직 녹화를 촉진한다. 이곳은 설계 당시부터 시간이 흘러 자라나는 식물들과의 조화를 그렸다. 자생종을 활용한 승계형 조경 계획을 통해 정글이 건물을 자연스럽게 다시 점유하도록 한 것. 부지 전반에 걸쳐 배치된 나선형 계단에서도 그 원칙을 엿볼 수 있다.
글렌 쿡(Glen Cook) 만다이 리조트 총지배인은 “자연의 생물 형태(biomorphic forms), 특히 포유류의 척추뼈 구조에서 착안한 이 계단은 발판이 난간을 넘어 확장된 디자인으로 척추동물과 자연 세계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며 “계단에는 덩굴식물이 뻗어나가도록 와이어 메시가 통합돼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아 있는 구조물로 변모하며 투숙객이 자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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