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내달 열릴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출석 여부를 두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출범 6개월은 허니문 기간"이라며 김 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뭐가 무서워서 김 비서관을 못 부르냐"고 반발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공당이 아니다"라는 거친 말까지 주고받았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논의했다. 이날 안건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등 11명이 포함됐지만 김현지 비서관은 명단에서 빠졌다.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김현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며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는다는 건 뭔가 숨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992년 14대 국회 이후 30여 년간 총무비서관이 국감 증인에서 제외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6개월은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협조적인 게 그간 관례였다"며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해 협조는커녕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을 정도로 매사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또 "(김 비서관을 불러) 정쟁으로 삼으려는 국민의힘 의도에 동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 비서실 책임자는 비서실장"이라며 "강훈식 비서실장이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답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강 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그 같은 논리면 부처에서도 장·차관만 나오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저는 김 비서관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면서도 "민주당 의원님들께서 흥분하면서 부르면 안 된다고 하는 반응을 보니 더 불러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막으면 막을수록 '김현지 비서관이 진짜 실세구나' '만사현통이구나' 입증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뭐가 두려워서 증인 출석을 막느냐"고 날을 세웠다.
여야 간 대립은 격해졌다. 문 의원이 "국민의힘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당이 아니다"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은 공당이냐. 개딸들이 말만 하면 꼬리 내리고 약속을 파기하는 게 공당이냐"고 맞섰다.
결국 이날 안건은 의결되지 않았다. 운영위원장 김병기 의원은 "간사 간에 좀 더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오늘은 거수 표결을 하지 않는다. 다음에 의결하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김 비서관이 맡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살림과 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자리다. 역대 정부에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사가 맡아왔으며, 대통령실 인사와 예산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김 비서관은 이른바 '성남라인'의 핵심으로 통한다. 그 전까지 성남라인 핵심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가장 먼저 꼽혔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이 대장동 사건 관련 법원 결정으로 주거 제한에 걸렸다. 이 대통령의 다른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법정 구속 상태가 되면서 김 비서관 쪽으로 자연히 힘이 쏠렸다는 게 정치권 후문이다.
대통령실 5급 이하 신임 인선 실무는 김 비서관이 이 대통령 당선 전부터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국회로 입성한 뒤 민주당 내 보좌진 조직을 김 비서관이 '꽉 잡았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당시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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