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정된 정부 조직 개편안은 한국 행정의 지형을 크게 바꾸는 긍정적 변화를 예고한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확대·승격되는 등 행정이 보다 전문화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국가데이터처’ 승격도 그 중의 하나이다. 데이터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걸맞게, 약 35년 만에 조직 위상을 격상시켜 데이터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모두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데이터가 빈약하면 국가든 기업이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AI 혁신을 총괄하게 한 것처럼, 국가데이터처 신설 역시 데이터 기반 행정을 가속하기 위한 핵심 퍼즐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국가데이터처인가? 그 배경에는 누적된 데이터 행정의 한계와 새로운 도전이 자리한다. 저출산, 고령화, 기후변화 등 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민들 역시 ‘믿음직한 데이터 기반 정책’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통계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파편화된 데이터 거버넌스’였다. 9월 현재 국가승인통계는 1366종에 달하고, 이를 생산하는 기관은 437개에 이른다. 관련 데이터를 각 부처가 제각각 관리하는 실정이다 보니, 그 결과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방대한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활용 효율성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국무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의 출범은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우선 모든 부처의 데이터를 연계·활용하는 컨트롤타워로서,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생애주기별 복지 수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가 민간에 개방되면 기업과 연구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필수적인 AI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세계적 흐름에 부응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교역이 새로운 통상 이슈로 부상하는 지금, 국가 차원의 데이터 컨트롤타워는 국제 협력과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조직 개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성공하려면 첫째, 실질적인 총괄 조정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민간 데이터 연계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표준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둘째, 데이터의 중립성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공급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의 철저한 비밀보호를 통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수호하고, 보다 많은 데이터가 개방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과거 체신청을 정보통신부로 승격시켜 IT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듯, 이제는 데이터 시대에 맞게 통계 행정을 혁신해 미래 수십 년의 국가 경쟁력 토대를 닦아야 할 때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데이터처가 조직 간 벽을 허무는 협업 정신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데이터 행정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글 황명진 고려대학교 교수(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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