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를 무대로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연극 ‘하리보 김치’, 소리로 서울의 질감을 표현하는 ‘위트니스 스탠드 서울’,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공상과학(SF) 연극 ‘디 임플로이’….잠들어 있던 낯선 감각을 일깨우는 국내외 공연 22편이 다음달 막을 올린다. 제25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맞아서다.
이번 축제는 10월 16일부터 11월 9일까지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이번 축제의 주제는 ‘얽힘과 마찰’.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새로움이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석규 SPAF 예술감독은 지난 23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축제 주제에 대해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매끄러움의 미학’이라고 정의한다”며 “예술은 이런 매끄러움 이면의 다양한 얽힘과 모순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내건 축제인 만큼 서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연이 눈에 띈다. ‘위트니스 스탠드 서울 - 소리의 기념비’는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낙산공원에서 서울의 다양한 소리를 함께 듣는 공연이다. 이 작품을 공동 연출한 김조호는 “과거 한양 도성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무너지지만 다시 일어나는 서울의 반복적인 리듬과 역사의 흐름을 소리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관객 참여형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지구가 파괴된 이후,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함께 일하는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 ‘디 임플로이’는 관객이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공연을 체험하는 형태다.
일부 공연은 이미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과 벨기에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구자하 연출의 ‘하리보 김치’가 대표적이다. 이질적인 두 단어를 조합한 이 연극은 구 연출의 경험을 살려 인종차별의 고통과 이방인으로서의 고군분투 등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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