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이 좋다고 하던데….”며칠 전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한 20년 동안 처음 들은 얘기다. 증권업계에선 이런 편견이 있다. ‘증권사 객장에 전업주부나 군인이 등장하면 그때가 꼭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 접근성, 투자 도구의 다양화, 제도적 지원이란 환경 변화 속에서 ‘세력’이 됐다. 기관 주도의 시장은 기관·개인 간 경쟁 및 견제 구도로 진화하고 있다.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다.
한국에서 개인들이 보유한 주식 계좌는 2020년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저축률 최고’인 독일조차 2022년 이후 300만여 명이 투자를 개시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산 배분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조짐이다.
현장에서는 1990년대 말 ‘바이코리아 펀드’나 2000년대 중반 ‘인사이트 펀드’ 열풍을 넘어서는 느낌을 받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중 순자산총액이 올 들어 1조원 이상 불어난 곳이 여럿이다.
역설적이지만 다수의 펀드 매니저는 심리적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다. 올해 상승률만 44% 이상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낯섦과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너무 오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에 익숙해진 게 아닐까.
블룸버그가 추정한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2배다. MSCI 신흥국지수의 15배를 밑돈다. 평균만 가도 코스피지수는 4300까지 뛸 수 있다. 대만(19배) 수준까지 오르면 5400이다. 지금보다 25%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정 도구가 다양하지만, 한국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확대, 규제 개혁 등 구조적 혁신이 지속돼야 한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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