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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단어만 들어도 가슴 철렁"…불안에 떤 서울대병원 환자들

입력 2025-09-24 17:21   수정 2025-09-25 10:15


“‘파업’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죠. 지난번 전공의 파업 때 아버지가 응급실 진료를 못 보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한 기억만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납니다.”

2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진단검사의학과 대기실 앞. 병원 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이날 70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해 채혈 순서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박승민 씨(53)는 입구에서 조합원에게 받은 파업 안내문을 만지작거리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날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의료 공공성 강화, 실질 임금 인상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 등을 요구하며 2차 파업에 나섰다. 지난 17일 하루 동안 이뤄진 1차 파업에도 병원 측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무기한 파업으로 확대했다. 약 3500명의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중 파업에 합류한 인원은 오전 11시 기준 700명을 넘어섰다.

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채혈실에는 오전 9시40분 기준 40명 넘는 환자 대기가 발생했다. 대기 의자가 가득 차 바닥이나 계단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도 눈에 띄었다. 채혈실 옆 의무기록복사·CD 등록센터에도 ‘파업으로 인해 업무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원이나 타 병원 진료 예약을 위해 꼭 필요한 의무기록 발급이 늦어져 환자 치료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채혈실과 의무기록복사·CD 등록센터 접수창구에는 담당 인력 한 명만 남아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고 있었다. 본관 원무과, 어린이병원 엘리베이터, 응급센터 벽면 등 병원 곳곳에는 ‘이제는 투쟁이다’ ‘실질임금 인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을 한층 더 키웠다. 어린이병동에 두 살 아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 A씨는 “조합원들이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시끄러우니까 아이가 무서운지 울었다”고 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많은 고통을 받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도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과를 제외하고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필수의료과는 교섭위원으로 임명된 인력이 교섭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의 2와 제42조의 3에 따르면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미치는 이른바 ‘필수유지업무’는 일정 인력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유지 인원과 비율은 노사 협정으로 정하게 돼 있다.

서울대병원은 의사의 외래 진료 등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이송 등에 필요한 인원은 최대한 대체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검사 등 일부 업무는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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