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이 주를 이루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 근로제 도입과 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을 명분 삼아 강경 투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근무 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 임금 인상까지 요구해 ‘그들만의 총파업’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금융노조는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26일 전체 조합원 10만여 명 가운데 약 8만 명이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경고 차원에서 하루만 파업하겠다고 했다. 다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융노조는 거듭된 교섭에도 임금 3.9% 인상, 주 4.5일제 도입,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3년 만에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하고 금융산업사용자협회와 38차례 만나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연봉으로 손꼽히는 금융사무직 노조의 핵심 요구가 주 4.5일제 도입이란 점에서 이번 파업은 ‘배부른 투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노조의 핵심인 은행원은 억대 연봉과 안정적 고용 구조 등으로 청년이 선망하는 일자리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직원 연봉은 평균 1억1800만원이다. 2021년(1억550만원) 1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은행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총 8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서조차 “근로시간 축소와 임금 인상을 함께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를 갈아 넣어 만들어낸 왜곡된 성장일 뿐”이라며 “노동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지만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은행은 일단 인력 공백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인력 투입 계획, 업무 범위 축소, 고객 대상 안내문 배포 등 대응에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용인력의 70%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일반 영업점포에서 정상적 영업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마련한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책을 준비해뒀다”면서도 “은행원 사이에서도 ‘임금 인상도 요구하는 주 4.5일제는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아 파업 참여율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열어 금융당국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감독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 노조가 야간 집회에 나선 건 2008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성/신연수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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