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입법 건수 경쟁이 가열되면서 황당한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상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마저 법의 영역에 가두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맨발걷기 국민운동 지원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맨발걷기 국민운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매년 5월 10일을 맨발걷기의 날로 지정하자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동발의자로 여야 의원 35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맨발걷기 관련 특정 단체를 지원해주는 성격이 짙어 공공성·보편성과는 거리가 있다. 공동발의에 동참한 한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취지가 좋기 때문에 공동발의자로 올렸지만, 사실 입법까지 해야 할 사안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성묘할 때 조화를 쓰면 안 되고 반드시 생화를 써야 한다는 ‘자원 절약 재활용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제 법안 통과와는 별개로 어떤 꽃을 써야 할지까지 법으로 통제하려는 것이어서 ‘과잉 입법’으로 평가받는다.
연예인 교육 강제 법안도 황당 입법 사례로 꼽힌다.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강유정 전 민주당 의원은 기획사가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연 1회 이상 인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연예인 인문학 교육법’(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인문학 교육으로 스트레스 등에 버티는 힘을 길러준다는 목적이어서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입법 만능주의의 폐단이라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사회는 관행과 규정 등으로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데 모든 사안을 법의 규제 안에 두려는 건 위험하다”며 “법은 엄중한 것인데 입법 남발이 되레 법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