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드 단장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성장률과 충분한 정책 여력, 목표 수준(2%)에 근접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단기적인 재정 기조와 2026년 예산안의 지출 우선순위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728조원으로 편성했다. 증가 규모는 54조7000억원(8.1%)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아난드 단장은 “고령화로 인한 장기 지출 압력에 대응할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편, 재정수입 조성, 지출 효율성 향상 등 구조적인 재정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재정 프레임워크 등 신뢰할 수 있는 중기적인 재정 관리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IMF는 2010년 이후 연례 협의 보고서를 통해 매년 재정 준칙과 재정 프레임워크 도입을 제안해왔다. 재정 준칙은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관리 수단이다. 21대 국회부터 재정 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 프레임워크는 3~5년 단위의 재정 건전성 관리 수단이다. 경기가 나쁠 때는 재정 적자 확대를 감수하더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경기가 좋아지면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거나 흑자로 전환해 국가부채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봄에 씨앗을 빌려서라도 씨를 뿌리고, 가을에 더 많이 수확해서 갚아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IMF가 올해 우리나라의 확장재정을 적절하다고 진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각종 연금, 수당, 건강보험 등 법적으로 명시된 ‘의무지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필요한 경우 지출을 줄이기는 더욱 어렵다. 프랑스처럼 재정 중독에 빠져 향후 재정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전체 지출에서 의무지출 비중이 늘어나면 재량지출 비중이 줄어 IMF가 권고한 대로 경제 상황에 맞게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데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지출 가운데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54.2%에서 2029년 55.8%로 상승할 전망이다.
IMF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추가 개혁,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생산성 격차 축소와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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