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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는 저렴하다?…"잘 지으면 아파트보다 고급이죠"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입력 2025-09-27 11:19   수정 2025-09-29 09:07



서울 도심에서 아파트는 여전히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주거 형태다. 그러나 최근 건축계에서는 ‘잘 지은 빌라,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소수건축의 김미희·고석홍 소장은 “정성스럽게 지은 빌라는 아파트보다 생활의 질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미희 소장은 “각 가족마다 삶의 방식과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아파트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반복한다. 그래서 집이 아닌 ‘공간 경험’ 자체가 제한된다”며 빌라의 장점을 설명했다. 고석홍 소장은 “집의 고유성을 살리는 설계가 중요하다. 가족이 가진 이야기를 공간 속에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 건축가는 2016년부터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소규모 건축물의 가치를 실험하고 있다. “광주 폴리 프로젝트에서 처음 함께 작업하며 서로의 설계 스타일과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개업을 결심했다”는 것이 그들 이야기다. 두 사람은 건축뿐 아니라 삶에서도 상호 이해와 조화를 추구하며, 이는 설계 철학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잘 지어진 빌라의 특징 중 하나는 외부 공간, 즉 마당과 별채 활용에 있다. 많은 서울 주택 단지는 낮은 담장만 허용돼 마당 사용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소수건축은 별채를 집과 연결해 마당 활용도를 높였다. 김 소장은 “처음엔 건축주가 별채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설득 후에는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됐다. 기능과 삶의 만족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마당도 실용적으로 설계한다. 툇마루와 비를 맞지 않는 처마를 설치해 초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여유롭게 집을 즐길 수 있다. 고 소장은 “집의 작은 경험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소수건축의 두 사람은 실제로 부암동 다가구 빌라에 거주한다. 김 소장은 “동네 입구에서부터 집이 시작된다"며 "경사도와 주변 풍광을 고려해 집을 설계하는 경험은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집 안쪽 공간만 중요시하지만, 주택은 입구, 골목, 주변 산까지 포함한 전체 경험이 집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전원주택이나 빌라가 ‘팔리지 않는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김 소장은 “많은 집이 부실하게 지어져서 그렇다"며 "단열, 환기, 화장실 배치, 보편성 등이 부족하면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정성껏 지은 빌라는 관리비도 적고, 아파트보다 더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수건축이 지은 서울 신정동 다세대 주택은 모든 유닛에 테라스가 있고, 내부 구조와 창호 품질이 아파트보다 우수해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빌라는 평면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아파트는 법규와 표준화로 제한이 많지만,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방은 작지만 거실, 테라스 등 다른 공간을 확대해 가족 취향에 맞게 설계할 수 있다. 고 소장은 “아파트와 달리 제한적 규제 속에서도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평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젊은 층이나 가족 단위에서 여전히 빌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것'은 '사회적 실패’라고 생각하는 인식조차 있다. 김 소장은 “좋은 집을 짓는 건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다"라며 "공간 경험, 삶의 질, 주변 환경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이해하면 빌라는 아파트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수건축은 건축가로서 사회적 책임과 도시 풍경에 기여하는 설계를 목표로 한다. 작은 필지에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입면, 내부 공간의 다양성, 공공성과 개인성의 균형 등 여러 실험을 반복하며 좋은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그리드149’ 사례는 그들의 시도를 잘 보여준다.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가치는 단순히 가격이나 규모로 판단할 수 없다. 정성스럽게 지은 집은 아파트보다 저렴할 수 있지만, 생활의 질과 공간 경험에서 우위를 점한다. 김 소장은 “좋은 건물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구조가 아니라, 거주자의 경험과 도시 풍경에 기여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고 강조한다.



두 건축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100평 이하 소규모 빌라를 활발히 설계하며,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 소장은 "투자 목적보다는 삶의 질, 가족 맞춤형 설계,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설계가 늘어나면서, 잘 지어진 빌라는 아파트 못지않게 매력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빌라는 저렴한 선택지가 아니라, 잘 설계된 공간에서는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생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주거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성, 고유성, 그리고 도시와의 관계를 고려한 설계가 더해지면, 빌라는 단순한 주거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 있는 공간이 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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