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주가 행복해야 한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만들어주는 장소여야 한다.”
조유석·류한찬 오더매터 소장은 설계 작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거주자의 삶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좋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미적인 성취가 아니라, 거주자의 생활과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명이 들어오는 방식, 공간의 질서, 자연과의 관계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천장에 기본 조명을 두지 않고 해당 공간에 구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기능에 적절한 조명을 활용한다. 에어컨은 필요할 때만 드러나도록 감춰둔다. 공간에서의 경험이 설비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주인공이 돼 집 안의 질서를 정의할 수 있게 만드는 작은 배려가 핵심이다. 이는 외부에서 주어진 환경과 규범에서 벗어나, 개인이 집 안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류 소장은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 결국 좋은 집”이라며 집의 본질적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창문을 열었을 때 뷰가 트이고 낮의 햇빛이 드는 집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 풍광을 즐기며 TV나 스마트폰 대신 지금 나의 삶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며 "좋은 집은 우리가 건강한 삶을 자연스럽게 습관화 할 수 있는 그런 집이다”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해외 경험이 설계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영국에서 14년 동안의 학업과 건축 실무를 했다. 오랜 새월 동안 다양한 주인들이 거쳐온 집들은 다양한 공간 구성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배웠다. 조 소장은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 주거 환경이 많아, 같은 구조와 디자인이 반복된다”며 “영국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각자의 삶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도 단기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건축과 인테리어가 하나로 연결된 설계 방식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이런 경험은 서울에서 오더매터가 설계하는 상가주택과 소규모 주거 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됐다.

두 건축가는 한국 주거문화에서 아파트 선호 현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한다. 류 소장은 “아파트가 양적·질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지만, 아이를 둔 가구나 사회적 관습 때문에 여전히 선호가 강하다”며 “다만 빌라나 다세대 주택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개성을 살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더매터의 프로젝트 중 일부 다가구 주택은 소규모 단지 안에서 세대별 맞춤 설계를 통해, 각 거주자가 자신의 공간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조 소장은 “집을 선택할 때, 먼저 자신이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면과 면적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실제로 그 공간에서 어떤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류 소장도 “한 번의 선택이 최종 선택이 아닐 수 있다"며 "그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쉽게 상상할 수 있어야 좋은 집”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집은 단순히 ‘공간’만이 아니라, 거주자의 자아와 취향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조 소장은 “임대주택이라도 거주자가 자신의 질서를 정의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며 "작은 간접 조명 하나, 창문에서 보이는 자연 풍경 하나가 그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류 소장 역시 “건강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서 사람은 작은 즐거움을 발견한다"며 "그런 경험이 모여 집의 가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오더매터가 지금까지 지은 건물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거제도의 ‘무지개펜션 에스프레소’다. 조 소장은 “도시와 완전히 단절된 자연 속에서 예상치 못한 낭만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건축은 단순히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삶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삶을 담은 건축물로 류 소장은 가회동 한옥마을을 꼽았다. 류 소장은 “가회동은 근대시기 도시적 삶의 형태를 담은 마치 동네가 수평으로 펼쳐진 한옥 아파트"라며 "매우 전통적인 것은 아니지만 도리어 시대와 필요에 맞게 변화하며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과 삶, 자본이 조화롭게 이어진 사례'라는 해석이다.
조 소장은 영국 데본에 있는 피터 줌터의 별장과 런던의 바비칸 단지를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로 꼽았다. 그는 “다양한 평면과 규모, 기능을 가진 주거 시설이 공존할 때,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주와 공간의 관계다. 류 소장은 “시대적 맥락과 대지 조건, 자연과의 관계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며 "임시로 머무는 공간이라도 그 안에서 삶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건축주의 상상과 낭만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외부와 단절된 자연 속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과 경험을 찾는 것이 설계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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