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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조 기금, 벤처투자 의무화해야”

입력 2025-09-25 14:00   수정 2025-09-25 17:22

벤처기업계와 투자업계에서 '67개, 3000조원에 달하는 법정기금도 벤처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벤처업계가 초기 자금 부족으로 단기 프로젝트에 매몰되면서 잠재력을 잃고 '투자 절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자금조달보다는 기술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국가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벤처기업협회는 25일 국회의원회관 정책위회의실에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박정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67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입법 필요성과 운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2명의 전문가 주제발표와 5명의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투자시장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최근 벤처투자시장의 위축과 투자 절벽을 지적하면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법정기금이 벤처기업으로 유입되면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국내 67개 법정기금의 총자산이 약 3000조 원 규모임에도 직접적 벤처투자 기능이 미흡하다"며 "법정기금 운용 벤처투자는 국가재정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고려한 혼합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외 주요국이 공적 기금을 활용해 모험자본을 공급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안 변호사 설명이다.

뒤이어 김영태 KAIST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이 진행됐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법정기금의 벤처투자확대는 단순히 재무적 수익 추구를 넘어 청년 창업 촉진, 지역 균형 발전,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투자’와 ‘공공성’이 조화를 이룬다면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 구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상준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기금별 설치목적과 용도에 부합하는 산업 분야의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연기금 투자풀 운용규정을 개정해 다양한 벤처투자 방식을 허용하고, 내부 심사 절차의 간소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의장은" 많은 SW기반 IT 벤처기업들이 초기 자금 부족과 투자 유치 실패로 단기 프로젝트에 매몰돼 성장 잠재력을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끊을 유일한 해법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정기금의 과감한 투자 의무화와 국민 참여 확대로 안정적인 모험자본을 공급해 혁신 벤처기업들이 R&D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법정기금의 일정 비율을 벤처·스타트업 투자로 의무화할 경우 시장 규모를 현행 10조 원에서 50조 원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고, 약 2.6배의 거시경제적 승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정기금 벤처투자 운용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는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확대 및 의무화를 위해 총 2건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정부 역시 벤처와 스타트업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만큼, 오늘 논의된 대안이 ‘대한민국 제3의 벤처붐’을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 의원은 "이제는 국가재정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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