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5일 13: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네이버의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 지분 10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동시에 품는 슈퍼앱으로 거듭나게 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비상장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양사의 교환비율 산정 등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거래 방식은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를 통한 방식이 유력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기존 두나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양측은 세부 협상을 마치고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네이버에선 지난해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두나무의 그룹 편입을 추진해왔다. 투자은행(IB) 선임 없이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두나무 주요 주주로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 겸 이사회 의장(지분율 약 25.5%)과 김형년 부회장(13.1%),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분 약 75%(전환우선주 포함)를 보유한 네이버가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 대비 높게 평가되는 만큼 주식 교환비율 산정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두나무의 장외 기업가치는 14조~15조원까지 급등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미래에셋이 투자하며 산정한 기업가치인 2조7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10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거래 구조상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해야할 신주 규모가 커지다보니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존 주주인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의 지분율이 대폭 희석될 수 있다. 교환 비율에 따라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교환비율 산정이 만만치 않아 지난해부터 협상이 몇차례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네이버 합류 이후 시너지가 뚜렷하다보니 두나무 주주들을 설득해 교환비율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주도아래 두나무의 계열사 편입을 주도해왔다. 거래 초반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아닌 네이버 본사와 두나무 간 주식교환까지 적극 검토했다. 이 경우 이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도 있었지만, 본인의 경영권이 약화되더라도 네이버의 발빠른 사업재편이 이뤄쟈아 한다는 취지였다. 기존 검색과 쇼핑 기반의 본업에서 탈피해 암호화폐 거래와 금융 전반에 달하는 소비자 일상 영역 대부분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변신해야한다는 이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다만 금산분리 등 금융사업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아래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우회적인 편입을 구상해왔다.
네이버 입장에선 실적 측면에서의 시너지도 뚜렷하다. 두나무는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매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의 실적을 경신해가고 있다. 당장 네이버 연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의 경우 지배구조 투명성 관련 논란이나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미래 금융 인프라 등 신규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추후 네이버파이낸셜이 상장하면 이를 통한 우회상장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양사간 협업이 마무리되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서도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뛰어오르게 된다. 업계에선 네이버페이가 확보한 연간 80조원 규모의 간편결제 사용처에 업비트의 가상화폐 유통 역량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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