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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가 가속하면서 유학, 취업, 이민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해외에 흩어져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 상속'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상이한 법률과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유가족들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준거법 결정이 관건…피상속인 거주지가 기준
국제 상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 정하는 '준거법' 문제다. 나라마다 상속세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있더라도 과세 대상과 세율이 제각각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피상속인(망인)이 '거주자'인 경우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매긴다. 여기서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사람을 뜻한다. 국적과는 무관하다. 즉, 우리나라에 주된 주거 기반이 있거나 183일 이상 체류했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 상속세법이 적용되고, 한국법에 따라 상속순위, 상속분, 유류분 등이 정해진다.
예외도 있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은 소재지 국가의 법률을 따른다.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서 계속 거주하다 사망하면서 미국 부동산을 남겼다면, 해당 부동산 상속은 미국법이 적용된다.
국제 상속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류 준비가 까다롭다. 상속재산 등기나 예금 인출을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동의한 '상속재산 분할협의서'가 필요하다. 모든 상속인이 인감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해외 거주 상속인은 인감증명서 발급이 어렵다.
이 경우 상속재산 분할협의서에 직접 서명한 후 '아포스티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포스티유는 거주국 공증인이 서명을 인증하는 절차로, 아포스티유협약 가입국 간 공문서 인증을 간소화한 제도다. 거주국이 협약 비가입국이라면 우리나라 재외공관에서 '영사확인'을 받아야 한다. 국적 변경 여부, 출생국가와 체류국가 등에 따라 필요 서류와 절차는 달라질 수 있다.
유언 없으면 상속재산 분할은?
피상속인이 유언을 남긴 경우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이 분배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유류분' 제도가 있어 유언으로 배분받지 못했더라도 일정 부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유언이 없다면 공동상속인 전원의 협의로 상속재산을 분할해야 한다.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서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해외 거주 상속인이 있으면 '해외 송달' 절차가 필요하다. 소송서류를 번역해 외교채널을 통해 외국 법원에 보내고, 다시 해당 법원이 당사자에게 송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가 헤이그 송달협약 가입국이어서 비교적 간소하지만, 상대국 사정에 따라 소송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조세조약 활용
상속세는 거주국에 과세권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국적자라도 평생 외국에서 살았다면 해당 국가에서 과세한다. 만약 한국과 미국 모두 '거주자'로 인정돼 양국에 과세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양국 간 조세조약에 따라 처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00여 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시행 중이어서 과세권 충돌 문제는 많지 않다. 해외에서 상속세를 납부했다면 '외국 납부 세액공제' 제도로 외국 납부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한국 상속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국제 상속은 신고·납부 기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 말일로부터 6개월 내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 9개월로 연장된다. 하지만 실무상 9개월도 넉넉하지 않아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국제 상속은 준거법 확정, 복잡한 서류 준비, 분쟁 장기화 가능성 등 고려해야 할 법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상속인 간의 원만한 소통과 협조가 최선이지만, 각국의 상이한 법률 및 행정 절차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특히 상속세 신고·납부가 늦어지는 경우, 가산세 부과, 상속재산 압류 등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속 개시 초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거법을 명확히 하고 서류 준비와 상속세 신고 절차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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