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한 사건 재판의 첫 공판기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두 달 넘게 내란 재판과 특검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3617’이 프린트된 흰색 명찰을 달고 법정에 나온 윤 전 대통령은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 이어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구속 상태에선 주 4~5회 재판에 특검 조사까지 임하는 게 어렵다”며 직접 불구속 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성명을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윤석열입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대통령경호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 출범 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긴 이후 세 번째 기소였고, 재판부도 따로 배당됐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미 재판 대상인 내란 행위에 수반된 행위는 별죄가 될 수 없는데도 별도로 기소해 위법한 이중 기소라는 취지였다. 유정화 변호사는 “법적 근거에 기초했다기보다 정치적 목적이 포함된 기획 기소”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주 1회 이상 집중 심리해달라는 특검 측 요청을 받아들여 연말까지 15회차 기일을 사전 지정했다. 재판부가 중계를 허용해 이날 재판은 모두 공개됐다. 하급심 단계에서 선고가 아닌 변론이 일반에 공개된 건 최초다.
윤 전 대통령은 “1.8평짜리 방에서 서바이브(survive·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방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데, 강력범이 아니라면 위헌성이 있다”며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숨을 못 쉴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며 “보석을 인용해주시면 아침저녁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며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내란 특검팀은 이 같은 주장에 “보석 사유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수사를 원만히 진행하려고 구속한 것”이라며 “각자 입장이 다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팀은 오는 30일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