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업계가 경기 둔화와 관세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 판매시장까지 얼어붙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미국 중고차 최대 판매업체인 카맥스는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0.07% 급락한 45.6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분기 매출과 이익이 급감했다고 밝힌 영향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서만 40% 넘게 떨어졌다. 빌 내시 카맥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신용도가 좋은 소비자들마저 중고차를 사지 않고 관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스티븐스의 제프 리크 애널리스트는 카맥스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충격적이며 투자자들이 결과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에 약 250개 딜러십을 운영하는 카맥스는 “일부 소비자가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연초에 서둘러 구매하면서 최근 분기 수요가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2022~2023년 발생한 대출의 성과 악화로 금융 부문 이익이 감소했고, 대손충당금을 늘렸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미국 자동차산업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드는 이번주 재고가 쌓인 베스트셀러 F-150 픽업트럭을 처분하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구매자들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는 전기차 아큐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 1년 만에 단종시키겠다고 했다. 다른 브랜드도 다음주 연방 세액공제가 만료되기 전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기차에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딜러기업 트라이컬러는 이달 초 파산 청산을 신청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신용 이력이나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고객에게 자동차 금융을 제공하고, 65개 딜러십을 운영해 왔다.
오일 필터와 와이퍼 등을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드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이 기업의 부채는 60억달러 이상이다.
높은 차량 가격과 금리는 이미 식료품 가격 상승과 고용 안정성 약화를 겪는 소비자의 구매를 짓누르고 있다. JD파워에 따르면 9월 신차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9% 오른 4만5795달러를 나타냈다.
철강·알루미늄·완성차·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가 업계 가치사슬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는 이날 1만3000명(전체의 3%) 감원을 발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