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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과연 가능한가?

입력 2025-09-26 11:17   수정 2025-09-26 11:18



미국 최고의 사법 기관은 ‘연방대법원’이며, 연방 대법관은 9명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대통령은 ‘헌법 제2조 제2항 제2절’에 따라 상원의 동의에 따라 연방 대법관을 지명할 전권을 가지며, ‘헌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으로, 사망하거나, 은퇴하거나, 사임하거나, 탄핵을 받지 않는 이상 자리를 유지한다. 2020년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사망하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을 임명했다.

‘헌법 원본주의자’로 알려진 배럿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그녀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이 치솟았다. 최상위 로스쿨이 아닌 ‘노터데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사실이 화제가 됐고, 대법관 임명 이후 실제 판결에서 잇따라 진보적인 의견을 내며 주목받았다. 아울러 자녀 7명 가운데 한 명이 지적 장애를 갖고 있고, 두 명이 아이티 출신 흑인 입양아라는 가정사가 알려지면서, 개인적인 삶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났다. <법에 귀를 기울이며(Listening to the Law)>는 배럿 대법관을 향한 대중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책이다.

책에는 배럿이 노터데임 대학교 로스쿨 교수와 스칼리아 대법관의 재판연구관을 거쳐 대법관이 되기까지 법과 함께 한 여정이 소개된다. 배럿 대법관은 법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법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헌법의 기본 원리와 대법원의 운영 방식, 법을 집행하는 법관의 역할과 책임,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필요성, 그리고 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법을 연구하고 직접 사건에 대해 판결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법이 단순히 규칙의 집합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동감 넘치는 소리’라는 해석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낙태 허용’ 결정을 내린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2022년 대법원의 결정을 회고하면서, 배럿 판사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이익’이 서로 충돌할 때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결인데다, 앞으로 ‘동성애 허용’ 관련 판결을 앞두고 있어, 미국 사회는 대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배럿 대법관은 책에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자신의 분명한 ‘사법 철학’을 소개한다. 첫 번째 ‘사법적 절제(Judicial restraint)’다. 판사가 자신의 신념을 법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개인의 이념이 법 해석이나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공정한 법 집행을 할 수 없다. 두 번째 ‘원본주의(Originalism)’는 법이 국민의 변화하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헌법을 제정하고 비준한 이들이 의도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세 번째 ‘문언주의(Textualism)’는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법은 법조문에 적힌 그대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쪽으로 기운 연방대법원이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미국도 상당히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 현직 대법관이 자기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롭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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