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대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이 단지는 1만2032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현재 거래가 가능한 전세 물건은 203가구로 전체의 1.68% 밖에 없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나오긴 전까지 가장 큰 단지로 꼽혔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역시 9510가구로 1만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전세 물건은 280가구(2.94%) 뿐입니다.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광장힐스테이트'의 경우 453가구로 단지 규모가 작은 편이긴 하나 그럼에도 거래가 가능한 전세 물건은 단 1가구뿐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지방 광역시 등에도 전세 물건이 1가구도 없는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가 이른바 '복비'로 불리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최근 세입자를 들이는 과정에서 집주인에게 받을 복비는 받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게만 수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는 물건을 가진 부동산에 일부 복비를 주는 것을 조건으로 물건을 받아와 거래를 성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당장 생계가 걸려 있는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중개를 진행한다는 게 의아하긴 하지만 종종 그런 일이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통상적으로 매물을 가지고 있으면 매수자와 매도자,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으로 수수료를 받습니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집이 거래된다고 하면 이 물건을 A라는 중개업소가 쥐고 있을 때 수수료는 10억원의 0.5%, 즉 최대 500만원씩 매수자와 매도자로부터 각각 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 중개가 많아진 요즘은 물건을 파는 중개업소는 매도인으로부터 매수자를 데려온 중개업소는 매수인으로부터 복비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앞선 사례처럼 한쪽의 복비는 포기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 받은 복비를 나눠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은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매물이나 전세 물건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얘기입니다. 동네에서 수십년간 자리 잡고 있으면서 네트워크가 탄탄한 중개업소는 매물이나 전세 물건을 보유하고 중개가 가능하지만 새로 문을 연 중개업소는 사실상 중개 물건을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수수료 일부를 포기하고서라도 중개에 나서는 것입니다.
성동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중개사 입장에선 양쪽에서 수수료를 모두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며 "때문에 일부 중개사의 경우 매물 혹은 전세 물건을 받는 대가로 집주인에겐 복비를 무료로, 세입자에게만 복비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중개해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올해 들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모두 11만445명입니다. 연초 11만1440명에서 1000명가량 줄었습니다.
새로 문을 여는 공인중개업소보다 폐업이나 휴업에 들어간 공인중개업소가 더 많습니다. 8월 말 기준 전국에서 새롭게 문을 연 공인중개업소는 584곳, 폐업한 곳은 823곳, 휴업한 곳은 85곳입니다. 올해 연간으로 보면 신규 업소는 6360곳, 폐업 업소는 7390곳, 휴업 업소는 847곳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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