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가 미래 핵심 산업인 제조AI(인공지능)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연이어 유치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민선 8기를 출범하며 기계, 조선, 자동차, 방위산업, 원전, 우주항공 등 주력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인공지능, 바이오산업 등 글로벌 기술 경쟁을 주도할 첨단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특히 ‘주력산업 고도화를 위한 제조AI 기술개발’과 원자력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은 ‘SMR 제조 기술 경쟁력 제고’를 도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피지컬AI 범용 파운데이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과 ‘SMR 혁신제조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이 지난달 18일 국무회의, 22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돼 최종 정부 사업으로 추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위해 경상남도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산·학·연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 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산업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사업을 기획하고 국회와 중앙부처에 건의해 왔으며, 새 정부 국정과제 반영도 건의했다. 상임위원회 소속 지역 국회의원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을 통해 현장 의견을 전달하고 부처를 설득해 정부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지역별 인공지능 혁신거점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4개 사업(경남 전북 광주 대구)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그중 경남만이 유일하게 지방비 부담 없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게 돼 의미가 더 크다. 다른 시·도는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의 지방비를 투입해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입해 생성형 AI를 고도화한 물리적 AI 적용 모델인 ‘국가 제조 분야 피지컬AI 파운데이션(범용) 모델 기술개발과 실증’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제조 현장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핵심 기술 개발 및 실증, 글로벌 AI기업·대학·연구기관·제조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 구축이 사업의 주요 골자다.
이 사업의 연구개발 과업에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는 범용 모델과 함께 입력 신호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기술인 정밀 제어, 설비나 시스템의 고장 시점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조처하는 예지 정비 등 제조공정에 대한 분야별 AI 솔루션 개발이 포함된다. 연구과제 실증을 위해 도내 제조 기업들이 참여하고, 경남대, 서울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경남테크노파크 등 25개 기관도 함께 기술 개발을 돕는다.

경상남도는 이 사업의 실증 참여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정 설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60% 단축되고, 불량률은 50%, 작업자 의존도는 30% 감소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도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해 공장을 자율적으로 가동하는 제조 분야 피지컬AI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227억원이 투입되는 ‘초거대 제조AI 서비스 개발 사업’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지난달에는 정부 추가경정예산으로 국비 197억원 규모의 ‘피지컬AI 시범사업’을 유치하는 등 이번 예타 면제 사업까지 연계해 사업을 확보함으로써 제조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경남이 정밀 제어, 예지 정비, 공정 최적화 등 고부가 솔루션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제조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선도해 나가는 ‘피지컬AI 혁신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한다.

차세대 SMR 혁신제조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은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와 제조 기술 확보를 위해 초대형 일체화 성형 장비(PM-HIP) 구축, 전자빔용접(EBW) 기술 개발, 적층(3D 프린팅) 제조 기술 개발에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총 2695억원(국비 1129억원, 기타 1566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을 통해 새롭게 구축되는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의 원전 제조 방식인 주조, 단조, 가공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SMR 소재 제작 기간이 평균 14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들어 약 80%의 단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MR은 원자로의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300㎿ 이하 원자로다. 모듈형 제작에 따른 복잡한 형상으로 인해 제조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사업 성공의 핵심이다.
경상남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마련될 제조 기술 혁신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 제작이 가능한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340여 개의 대중소 원전 제조기업이 자리한 강점이 합쳐져 ‘글로벌 SMR 제조 중심지로의 도약’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예타 면제를 통해 경남 원전 기업의 SMR 제조 혁신을 조기에 지원하고 기술 격차를 더욱 강화하며 이미 보유한 기술력과 원전 제조 공급망을 활용하면 2035년 약 620조원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SMR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경상남도의 분석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피지컬AI, SMR 제조 혁신기술 개발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한 정부 결정을 환영하며, 경남이 선제적으로 개발에 참여해 도내 기업 적용 및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상남도는 정부가 확정한 핵심연구개발사업에 경남의 주력 산업인 기계, 조선, 방산, 원전, 우주항공 등이 포함된 것을 토대로 관련 예타 면제 연구개발(R&D) 투자사업과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과제를 경상남도가 기획 중인 사업과 연계하고, 산·학·연 전문가 의견을 수렴 및 보완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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