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전기차와 충전기 간 호환성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관련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글로벌 상호운용성 시험센터(GiOTEC)’를 세계 최초로 개소했다.
상호운용성은 전기차와 충전기 간 충전 호환성을 뜻한다. 전기차와 충전기 사이에는 외형적 연결 장치인 ‘커플러’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표준에서 정의한 충전 절차 및 통신 프로토콜인 ‘시퀀스’도 존재한다. 커플러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콤보1로 권고 후 호환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시퀀스는 표준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많은데, 이는 국내외 다수의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어 제조사별 표준 해석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향후 PnC(전기차 내 인증서를 통한 충전 과금 결재), V2G(양방향 충전 기술) 등 신기술이 적용되면 기술적 복잡도 증가로 충전 오류 발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KERI가 여러 기업체를 초청해 전기차와 충전기를 교차 검증하는 테스티벌(Test+Festival)을 일부 개최해 왔지만, 상호운용성을 상시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협의하는 인프라에 대한 현장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수요에 공감해 KERI는 GiOTEC 구축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에는 현대차·기아, 벤츠 코리아, BMW 코리아 등 전기차 업계 대표 기업 그리고 다수의 충전기 제조사 업체들과 시험장 구축 및 시험 기준 확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단계를 밟아 갔다. 이후 회원사를 꾸준히 확보해 가며 사전 준비를 마친 뒤, 9월 공식 개소를 선언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상시 시험이 가능한 GiOTEC 탄생을 통해 전기차/충전기 제조사, 충전 서비스 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호운용성 확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심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GiOTEC 운영위원회가 설정한 기술 기준을 통과하면 회원이 되어 본인들의 제품을 장기간 시험장에 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센터에 들어온 타 제조사의 전기차 혹은 충전기와 자유롭게 상호운용성 시험을 시행하고, 개선 방안 협의가 가능하다. 참여 기업 리스트와 활동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조사의 동의를 기반으로 시험 결과물도 다른 회원사에게 공유된다. 여러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 제품의 품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고,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KERI는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관으로, 시험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증하여, 기업들의 신뢰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KERI 김남균 원장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작하는 전기차와 충전기는 상호 호환이 필수고, 곧 충전 신기술도 도입되기 때문에 관련 표준을 확보한 국가나 기업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며 “GiOTEC은 국내 기업에게 빠르고 정확한 시험을 제공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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