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까지 부산시의 창업 생태계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지역 기반의 액셀러레이터와 VC가 생겨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부산시의 창업 펀드 결성액과 건수가 증가하고 관련 인프라도 그동안 꾸준히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창업 행사 ‘컴업’을 부산에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부산시의 창업 정책은 정부 및 투자 관련 기관과 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창업 행사뿐 아니다. 부산 미래성장벤처펀드와 부산 스케일업혁신펀드 조성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사를 선정하는 등 지역의 독자적인 창업 생태계를 그려 나가겠다는 게 박 시장의 복안이다.
플라이 아시아는 부산시가 매년 15억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행사다. 박 시장은 “플라이 아시아는 단순한 박람회 개념을 넘어 부산의 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중요한 행사로 올라섰다”라며 “특히 올해는 부산창업기술투자원이 전문성을 발휘하며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외 LP(유동성공급자)를 대폭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강조하는 플라이 아시아의 핵심 정체성은 지역 투자생태계 활성화다. 지난 3년 동안 플라이 아시아가 유치한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175억원 수준에 이른다. 박 시장은 “175억원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라며 “이를테면 AI(인공지능)로 지역 신발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크리스틴컴퍼니는 지난해 플라이 아시아에서 투자자를 만난 뒤 올해 37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다른 투자자와 연결돼 현재까지 누적 약 15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30년 부산이 세계 30위권, 아시아 10위권 창업 도시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4000억원대의 미래성장벤처펀드를 만들었고, 올해 1000억원대의 부산 혁신스케일업 벤처펀드 모펀드 결성을 한 게 큰 힘이 됐다. 펀드 규모를 앞으로 2조원까지 확충하고,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중심으로 체계적인 창업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북항 1부두의 140년 역사를 간직한 물류창고가 내년 하반기에 세계적인 벤처 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파리의 스테이션 F와 같이 전 세계 창업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미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는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시가 주도적으로 만든 대형 펀드에 힘입어 올해 플라이 아시아를 찾은 투자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펀드 출자 여부를 결정할 기관투자사 임원급과의 만남도, 글로벌 투자사와의 접점을 찾는 것도 모두 플라이 아시아를 통해서다. 고무적인 점은 글로벌위원회를 활용한 투자 재원 확장의 길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플라이 아시아를 통해 부산시는 기존의 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글로벌 창업 기관 및 투자자들과 글로벌위원회 운영을 합의했다. 이것을 활용하면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재원을 확장할 수 있다고 박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LP가 부족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약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꼽힌다.
박 시장은 “지역 창업 생태계의 약점이었던 LP 부족 현상은 금융권 투자사 공공기관 중견기업과의 네트워크 확대로 개선하겠다”며 “기존의 중앙집중적 투자 구조에서 벗어나 부산 만의 강점을 가지고 LP 및 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체계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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