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가 색상과 소재, 색감의 콘셉트를 프롬프트로 입력한다. 텍스트 또는 이미지를 넣어도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자동으로 신발 디자인이 완성된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가 AI(인공지능) 기반의 제조 플랫폼 ‘신플’에 이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의 디자인 플랫폼 ‘슈캐치’다. 제조와 디자인 전반에 걸친 AI 기술이 부산의 과거 주력 산업이었던 신발산업을 새롭게 재조명할 것이라는 평가다.
2025 플라이 아시아에서 크리스틴컴퍼니는 버티컬 AI(특정 산업에 특화한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로 부산의 항만 물류 인프라와 제조 기반의 산업 구조 때문에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PNP)와 글로벌 창업도시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이 플라이 아시아를 계기로 잇달아 부산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플라이 아시아를 방문한 조조 플로레스 PNP 부사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AI를 활용해 부산이 강점이 있는 해양·항만·항공 분야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협력 사례를 세계 최초로 부산에서 구현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신플에 이어 30분 만에 끝내는 신발 디자인 개발 플랫폼을 현재 테스트하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 마음에 드는 아무 사진을 골라 넣어도 되고, 챗 GPT에 쓰는 것처럼 느낌을 묘사해도 된다. 스케치로 시작된 2D 신발 이미지는 화려한 색감이 그라데이션 된 3D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신발 제조 기간이 단축되니 신발 개발사 입장에선 재고 걱정을 덜 수 있는 데다, 빠르게 변하는 신발 트렌드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크리스틴컴퍼니의 혁신으로 지역 신발 제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트렉스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트렉스타는 최근 크리스틴컴퍼니와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맺어 신플을 자체 신발 제조에 이용하는 한편, 신플의 생산을 지원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트렉스타의 밀리터리 신발 디자인에서 트렉스타와 크리스틴컴퍼니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트렉스타의 숙원인 평균 고객 연령을 낮추는 데 생성형 AI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엔 해외 제조 공장도 데이터에 적용하고 있어 국내외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저가 해외 제조 또는 고가 제품 국내 제조를 유도하는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캐치의 베타테스트 결과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패션 관련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부산을 찾은 플로렌스 부사장은 PNP와 협력 관계인 글로벌 유니콘 에어알로(Airalo)와 아바쏜(Avathon)을 부산과 연결했다. 아바쏜은 부산의 스마트시티 및 항만 등에 AI를 적용하는 것에 관해 자문했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심(eSIM)을 개발한 에어알로는 부산관광공사와 부산항만공사 벡스코 등과 도시 단위 제휴를 논의했다.
PNP는 한국 진출을 위해 본사의 ‘KOREA TF’를 가동한다. 한국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북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고,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한국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플라이 아시아 개막 3일 전에는 글로벌 창업도시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제이에프 고티에(JF Gauthier) CEO와 박 시장이 만나 글로벌 창업도시 순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부산은 지난해 최초로 아시아 20위권에 진입했다.
이번 LOI에 따라 스타트업 지놈은 부산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 발전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지놈이 발표하는 ‘글로벌 창업생태계 도시 순위’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자(VC), 창업기획사(AC)의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되고 있어 이번 협약이 지역 창업 생태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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