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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작기계, 공격 M&A에…獨·日도 몸집 불리기

입력 2025-09-28 16:55   수정 2025-10-13 15:59

지난 8월 한국 공작기계 업체 DN솔루션즈가 130년 역사의 공작기계 회사 독일 헬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공작기계 시장이 들썩였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벤츠, BMW 등을 고객사로 둔 헬러가 50년도 안 된 한국 기업 손에 넘어간다는 건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동시에 제조업 강국 독일도 가업 승계와 인공지능(AI) 전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외부 수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3위권인 DN솔루션즈로선 이합집산이 활발한 글로벌 공작기계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발돋움한 공작기계 산업에 공격적 인수합병(M&A)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한국 중심의 대형 M&A 이어져
28일 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헬러그룹 지주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뒤 독일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헬러는 지난해 79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 1월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DN솔루션즈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3094억엔(약 2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2위 공작기계 업체 일본 야마자키마작과 맞먹는다.

올해엔 그 어느 때보다 공작기계 업체 간 M&A가 많았다. 2021년 이후 MHI머신툴, OKK, 파마 등을 인수한 일본 니덱은 지난 4월 세계 5위 공작기계 업체인 일본 마키노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적대적 M&A에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한 틈을 타 한국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마키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니덱의 확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1937년 설립된 마키노는 90년 가까이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초정밀 공작기계 명가로 인정받았다. 이런 회사가 매물로 나오고, 그것도 일본 업체가 아닌 한국 사모펀드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지자 업계엔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 경쟁국은 자체 몸집 키우기
독일과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독일 DMG와 일본의 모리세이키가 합병한 DMG모리는 2023년 일본 구라키를 손에 넣은 데 이어 올 들어 일본 미야와키기계를 사들였다.

공작기계 강소국인 스위스와 신흥 공작기계 강국인 중국은 자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스위스 연삭기 전문 업체인 유나이티드그라인딩은 7월 9000억원을 들여 스위스 조지피셔AG의 공작기계 사업부를 인수했다. 중국에선 선양공작기계와 톈진프레스가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선양공작기계는 금속을 자르거나 파는 절삭가공기 분야에, 톈진 프레스는 금속을 누르는 프레스에 특화된 업체다.
◇ AX파트너 찾는 기업들
세계 공작기계 업계의 재편은 AI 전환(AX)과 가업 승계 문제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해서 ‘마더 머신’으로 불린다. 금속을 자르고, 깎고, 구멍을 뚫는 공작기계가 제조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AX가 중요해지면서 반도체, 자동차, 항공 등 공작기계 수요 기업들까지 AI로 최적화된 공작기계를 제공해줄 업체를 찾고 있다. 대형 공작기계 업체들이 앞다퉈 제품군을 확대하고 AI솔루션을 내놓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전통적 공작기계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서 후계 문제가 대두되는 것도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투자 분석 플랫폼 아인베스트는 2026년까지 약 56만 개의 독일 중소기업이 승계 문제를 풀어야 하고, 이 가운데 19만 개 업체가 후계자 부재로 폐업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작기계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가족 기업 체제에선 AX 대응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알짜 기업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산업 재편 흐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향후 공작기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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