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공모가에 매수한 투자자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법적으로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스팩은 공모 자금 전액을 예치하고 있다. 합병에 성공하면 예치금과 이자가 합병 기업에 유입되지만 합병에 실패하면 스팩 주주가 예치금과 이자를 지분율에 따라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2000원, 예치 이율이 연 3%인 스팩이 3년 내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되면 약 2185원(2000원×1.03×1.03×1.03)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는 여기에서 세금과 신탁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최근 청산 절차에 들어간 스팩들은 금리가 높던 시기 공모 자금을 예치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7월 상장폐지된 비엔케이제1호기업인수목적의 예치금은 1년 차 연 4.8%, 2년 차 연 3.8%, 3년 차 연 3.2%의 이자율이 적용됐다. 지난달 상장폐지된 신영해피투모로우제9호기업인수목적은 1년 차 연 4.6%, 2년 차 연 3.9%, 3년 차엔 3~6개월 만기 상품을 이용해 연 2.48~3.5%의 이자율이 적용됐다. 청산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 스팩을 공모가(2000원 또는 1만원)에 매수할 경우 짧은 기간 연 환산 1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치 이자율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예치·신탁계약내용 변경’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스팩 상장 2년 차부터 공시된다.
스팩에 투자할 때는 청산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청산가격은 예치금과 이자에서 신탁 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한 뒤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금액이다. 스팩별로 3년 차 예치 기간과 신탁 수수료 등이 달라 정확한 청산가격 계산은 어렵지만 공시된 이자율을 활용해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1만원인 미래에셋드림스팩제1호의 청산가격은 신탁 수수료와 배당소득세(15.4%)를 제외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만764원으로 예상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하나27호스팩의 청산가격은 2142원이다. 주가가 이보다 낮아질 때 매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청산 분배금을 노린다면 ‘합병 철회 스팩’을 매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합병이 철회된 스팩은 거래 재개 직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때 공모가나 청산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최근엔 스팩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낮아졌다. 이달 일반 청약을 진행한 삼성스팩11호의 경쟁률은 70 대 1, KB스팩33호는 202 대 1에 그쳤다. 일반 공모주 경쟁률이 1000 대 1을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청약 경쟁률이 떨어졌을 때 공모에 참여하면 투자금 대비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며 “청산 때까지 3년간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여러 스팩을 골고루 매집하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스팩이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과 합병한 경우 손실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바로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이 권리는 합병 공시 이전에 스팩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주어지며, 투자자가 합병에 반대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는 해당 행사 종료일을 ‘매도일’로 인식하면 된다. 스팩 회사는 행사 기한이 임박하면 주당 환급 가격을 공시한다. 이때 시장 가격이 공시된 행사 가격보다 높으면 시장에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고, 낮으면 권리를 행사하는 쪽이 낫다.
투자자 반대가 많아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합병 계약서 승인은 주총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합병이 무산되면 스팩은 다른 비상장 기업을 물색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안정적으로 원금을 지키면서도 경우에 따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췄다”며 “주식매수청구권 등 안전 장치를 잘 이해하고 투자에 나서야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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