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큼지막한 격납고가 좌우로 열리더니 12m짜리 ‘미니 비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6개 프로펠러가 기체를 수직으로 띄우기 때문에 활주로가 필요 없고, 배터리로 움직이는 만큼 매연도 내뿜지 않는 ‘꿈의 교통수단’이다. 최고 시속 320㎞로 20분 동안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이 비행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2021년 5월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 티캡테크다. 이달 초 중국 상하이 본사에서 만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E20’은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했다. 성능 검증은 끝났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7월 10억달러어치(350대)나 주문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UAM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레드 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는 1년여 전 한국경제신문이 찾았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사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 천하’가 됐고, 전기차와 배터리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딥시크는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 미국 오픈AI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I칩(어센드)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테크 굴기’ 비결은 티캡테크 사례에 그대로 녹아 있다. 키워드는 세 가지. 촘촘하게 설계된 제조 생태계와 넘쳐나는 ‘똑똑한 워커홀릭’, 그리고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다. “첨단산업을 키우려면 탄탄한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는 중국 공산당의 ‘빅 픽처’가 낳은 결과물이다. 티캡테크 창립 멤버인 장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항공,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 몸담은 100여 명이 밤잠 안 자고 매달려 2년5개월 만에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중국만의 제조 인프라에 올라탄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이토크로보틱스의 속도는 더 빠르다. 2022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1년여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고, 지난달 휴머노이드 마라톤에서 15㎞를 완주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 가격은 2만6800위안(약 480만원)부터 시작한다. 탄탄한 인프라와 인재, 정부 지원 등 삼박자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중국에는 이런 유망 스타트업이 매년 1200개씩 태어난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만 343개다. 한국(18개)의 19배다. 처절한 내수시장 경쟁에서 승리한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화웨이 같은 국가대표 기업이 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15년에 설정한 ‘중국제조 2025’를 달성한 중국 정부는 이제 ‘중국제조 2035’로 10년 뒤 첨단 산업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하이·광저우·항저우=신정은/김보형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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