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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흔드는 'RE100 압박'…경기도가 해법 제시한다

입력 2025-09-29 16:19   수정 2025-09-29 16:20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8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이 방한해 반도체 협력사들의 RE100 이행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국제반도체협회(SEMI)가 주최한 클린에너지포럼에서 사라 챈들러 애플 부사장은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과 협력해 2030년까지 RE100과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며 확고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제 RE100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가입 기업 424곳의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2%에 달한다. 애플은 100%를 달성했고 BMW와 인텔은 98% 수준이다. 한국은 2년 연속 ‘RE100 이행이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해외 사업장은 100%를 달성했지만 국내는 10%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 요구에 뒤처지면 국내 생산기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대만의 사례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TSMC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후보지를 발굴하고, 920㎿ 규모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2030년 RE60, 2040년 RE100을 선언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이 꼽은 최대 장애물은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과 전력망 여력, 부지 확보의 어려움, 경직된 제도다. 경기지역에 최근 1GW 규모 태양광이 설치됐지만 이 가운데 RE100 기업이 직접 구매한 물량은 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정부 의무공급제(RPS)에 편입돼 기업이 쓸 수 있는 물량이 크게 부족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GW 규모 태양광을 확충했는데, 민간기업과 도민 3만4000명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한 결과다. 김동연 지사는 임기 내 도내 모든 공공기관의 RE100 달성을 선언했고, 공공부지를 제공해 주민들이 직접 발전소를 짓고 수익을 얻는 방식을 도입했다.

경기도는 또 전국 최초로 ‘RE100 거래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주택·마을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도가 지원한 350개 마을(약 93㎿)의 소규모 발전량이 RE100 기업과 연결되지 못했지만 경기도가 이를 열어준 것이다.

산업단지에서도 확산이 빠르다. 최근 3년간 설치된 경기지역 산단 태양광 발전소는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행정·금융 지원과 인센티브, 원스톱 상담이 확산을 이끌었다. 추가 확산을 위해서는 건물 구조 보강, 지붕 태양광 승계 제도화, 기업 신용 보강 등 보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태양광 발전단가가 가장 높은 경기지역에서 민간 투자만으로 1GW를 확충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어 “경기도가 발굴한 2.5GW 국공유지 프로젝트를 조속히 추진해야 단기간에 반도체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부지 관리권 때문에 중앙정부 협력이 필수적이다.

김 지사는 “글로벌 RE100 흐름은 무역 장벽을 넘어 기업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경기도가 보여준 속도와 경험이 국내 반도체산업에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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