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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갈았다"…정경호,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기 위한 다짐 [인터뷰+]

입력 2025-09-29 12:50   수정 2025-09-29 15:59

"40대 중반이 되니 별의별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소비가 되는 것도 있고, '보스'와 지금 촬영 중인 '프로보노'에서 이를 갈았어요. 저는 이제 그 이후를 생각하게 됩니다. 공부를 하고 가진 게 많아야 남의 인생을 표현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할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요."

영화 '보스' 개봉을 앞둔 배우 정경호는 20여년간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프 온 마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정경호는 이번 영화에서 조직의 적통 후계자이지만 권력 대신 탱고에 매료돼 댄서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강표로 분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낼 예정이다 .

'보스'는 차기 보스를 두고 조직원들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싸움 대신, 권력을 피하려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흔한 조폭 영화의 틀을 벗어나 휴먼 드라마적 색채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정경호는 '보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보스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요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사는 삶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결국 조폭은 소재일 뿐이고, 영화를 보고 나니 따뜻한 휴먼 가족드라마 같았다"고 말했다.


정경호가 연기한 강표의 초반 설정은 피아노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피아노 연습의 고충을 이미 경험한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라희찬 감독님이 탱고를 배우고 계셨는데 우연히 탱고바에 같이 가게 됐다. 그 자리에서 '탱고 어때?'라는 제안이 나왔고 시나리오가 수정됐다. 피아노보다 동작이 있는 탱고가 액션과도 어울릴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촬영 전 석 달 동안 매일 학원을 찾아 연습에 몰두했다. 정경호는 "탱고는 정말 위험한 춤"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20년 넘게 연기를 하며 액션과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탱고도 마찬가지였다. '네 다리가 하나의 심장이 된다'는 말처럼 오직 액션과 리액션으로만 움직인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탱고 음악에 맞춰 장소가 어디든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스스로 "내 몸에 음악은 없다. 흥만 있다"고 말했다. 탱고를 처음 접했지만 그는 꾸준함으로 극복했다. 그는 "저는 습득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다만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게 제 장점이다. 석 달, 넉 달 집중하면 어떻게든 된다. 탱고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외형적 변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탈색과 문신으로 캐릭터의 비주얼을 완성했고, 액션 장면에서는 '탱고로 압도한다'는 콘셉트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는 "탱고 장면은 특히 옷과 손동작이 중요했다. 손이 예뻐 보여야 한다고 해서 신경을 썼고 문신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은 정경호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부산에서 진행된 야외 로케이션은 배우들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몇 달 동안 하루 세끼를 같이 먹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다. 친형제처럼 지냈다. 지금도 그 시간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조우진, 박지환, 이규형과의 호흡을 특히 소중히 여겼다. 그는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작품도 커진다. 이번 현장은 그 자체로 선물이었고, 많은 걸 배웠다"고 귀띔했다.

그는 만족의 기준을 흥행 성적보다 자신에게 두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는 제 만족이 먼저다. '압꾸정'도 그렇고,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며 행복했던 기억이 크다. 물론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사람에 기대고 함께하는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털어놨다.

20년 넘게 달려온 정경호 이제 연기 인생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장기에 대해 그는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신원호 감독님도 늘 '너의 장점은 선한 에너지'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역할을 하든 저만의 선함이 화면에 묻어나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보스'에 대해 "추석 대개봉이라 가족·친구가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 보기엔 조금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다 같이 극장에서 웃고 즐기며 보고 나오면 좋겠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보스'는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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