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여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해 “미국과의 협상은 상당히 첨예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오버플레이’(과한 언행)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29일 말했다. 여권 내 ‘자주파’ 인사들이 관세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위 실장 등 ‘동맹파’를 공격하는 상황을 정면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과 민간단체 등의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고 꼭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 정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며 “(동맹파는) 대통령을 끝장낼 일 있냐” 등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펀드 3500억달러 선불 요구 등에 대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파산시키려고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위 실장은 “내가 무슨 파라고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서 최적의 국익이 무엇인가 선택하고 제기하는 게 내 일”이라고 규정하며 자주파의 공격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번 조지아 (구금) 사태에 대해 국민감정이 있는데, 너무 감정 위주로 다루면 쉬운 건 받아내기 쉽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타깃(협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도)을 높게 잡는다면 오버플레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강경 언행을 자제하라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는 선불로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선 “(진의를)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발신한 이야기를 소화하고 말한 것인지, 그것과 관계없이 나온 얘기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30일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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