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회사 유튜브가 2021년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한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소송을 245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알파벳의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는,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직후 몇 달 동안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소송 가운데 마지막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빅테크 기업이다. 메타는 1월에 2500만 달러 지급에 합의했는데, 그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기록관(대통령 도서관) 기금으로 향한다. X(옛 트위터)는 1000만 달러 지급에 합의했으며, 이 중 상당액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지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의 경영진이 경쟁사 메타가 지급한 금액보다 더 작은 규모로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합의금 중 트럼프 몫인 2200만 달러는 ‘워싱턴 내셔널몰 신탁’이라는 비영리단체로 지급되며, 백악관에 트럼프가 건립 중인 마러라고 스타일의 볼룸 건설에 지정 기부된다. 백악관은 이 볼룸(총 2억 달러 소요 예상)이 트럼프와 “다른 애국적 기부자들”의 기부로 충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250만 달러는 미국보수연합(ACU)과 작가 나오미 울프 등 다른 공동원고들에 지급된다. 합의문에는 변호사 비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구글은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빅테크 및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8000만 달러가 넘는 합의금을 챙겼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7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의 ‘60분’ 인터뷰와 관련해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을 16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동맹이자 변호사인 존 P. 콜은 4년 전 수석 소송변호사 존 Q. 켈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3건 소송을 제기했다. 콜은 당사자들을 합의로 끌어내는 데 트럼프의 재집권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재선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1000년 동안 법정에서 다퉜을 것”이라며 “차이를 만든 것은 그의 재선이었다”고 했다.
사정을 아는 이들에 따르면, 5월 초 플로리다의 트럼프 소유 리조트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조정 세션에 순다르 피차이 CEO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구글 최고위 인사들이 도착했을 때, 대통령은 몇 분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뒤 깜짝 제안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처 골프 클럽으로 자리를 옮겨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 풋볼 코치 닉 세이번과 라운딩하기로 되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차량 행렬로 골프 클럽으로 이동한 뒤, 구글 측과 변호사들은 몇 개 홀을 도는 동안 골프 카트를 타고 트럼프와 동행했고, 이후 테라스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마러라고로 돌아온 뒤에야 사건을 어떻게 합의할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대한 트럼프의 특사로 활동하며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구금된 정치범 석방을 위해 일하고 있는 콜은 지난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에게 합의 서류에 서명하도록 제시했다. 콜에 따르면 트럼프의 반응은 “훌륭하군, 다음 건으로 가자”였고, 이어 “벨라루스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야권 시절 제기한 소송에서 잇달아 합의 승리를 거둔 이후에도 백악관 재임 중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타임스’ 발행사인 다우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튜브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정책을 위반했다며 트럼프의 채널을 정지했다. 플랫폼은 2023년 3월 그의 채널을 복구했다.
메릴랜드대 캐리 로스쿨의 마크 그레이버 교수는 “메타나 구글이라면, 2500만 달러는 점심값이다. 이런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데 2500만 달러의 점심값을 쓰는 건 아마 가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올봄 연방 법원에 구글에 대해 광고 부문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했다고 판단한 이후 법무부가 구글의 광고 사업 분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연방 법원은 지난주 구글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증언 청문을 시작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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