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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쇠파이프 휘두른 남성 무죄…왜?

입력 2025-09-30 08:30   수정 2025-09-30 08:41


키 189.7㎝, 몸무게 89㎏의 거구인 33세 남성이 자기 집에 강제 진입한 경찰관에게 길이 83㎝의 쇠파이프를 휘둘러 위협을 가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8월 광주광역시 남구의 자택에서 여자친구 B씨의 성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남자친구에게 성폭행당했다"는 B씨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B씨가 경찰 신고 사실을 밝혀 A씨가 그를 집 밖 복도로 쫓아낸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현관문을 두드려도 몇분 간 인기척이 없자 집 안으로 진입했다. A씨가 자살할 가능성을 고려해 내부를 수색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런데 안방에 있던 A씨가 돌연 나타나 경찰들에게 베란다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를 듯이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경찰은 A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강간 혐의로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쟁점은 경찰에 대항해 위협을 가한 A씨 행위가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인지, 경찰의 행위는 직무집행법이 정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정당한 공무집행인지 여부였다.

1, 2심은 성폭행 혐의는 모두 무죄로 봤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주거지에 있던 A씨를 여러 차례 호명했지만 인기척이 없자 자해, 자살 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보호조치를 위해 집 안으로 진입한 것"이라며 적법한 직무 집행으로 봤다. 재판부는 "쇠파이프로 위협한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는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진술만 했을 뿐 피고인이 자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등의 진술은 하지 않았다"며 A씨가 경찰 출동을 알고 있었고 인기척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직무집행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직무집행법에는 경찰은 정신착란이나 술에 취해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보호자가 없으며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에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범죄가 목전에 행해지려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예방하기 위해 경고하고, 그 행위로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 제지할 수 있다. 위해가 임박한 때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에서 건물 등에 출입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런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B씨에 대한 범죄 행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고, B씨는 주거지에서 나와 분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범죄가 예상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달리 범죄가 목전에 행해지려 하고 있다고 볼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며 직무집행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성폭행 확인을 위해 집에 들어간 것은 수색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이 정한 강제처분 요건을 충족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역시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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