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30일 10: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협력사를 통해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단순 소각'을 피하는 동시에 사업 명분까지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전날 삼양패키징·금비·삼화왕관에 자사주 373만4956주(지분율 9.5%)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총 220억원 규모다. 광동제약은 기존 25.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삼양패키징에는 자사주를 단순 매각했고, 금비와 그 자회사인 삼화왕관과는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4개사 모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광동제약은 우선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235만8940주(6%)를 총139억원에 팔았다. 금비와 삼화왕관과는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광동제약은 금비에 자사주 66만1016주(지분율 1.68%)를, 금비는 그 대가로 광동제약에 자사주 6만5000주(7.94%)를 지급했다. 전날 종가 기준 약 39억원 규모다. 삼화왕관에는 자사주 71만5000주(1.82%)를 줬고, 6.56% 규모(11만8000주)의 삼화왕관 자사주를 받았다. 42억원 상당이다.
광동제약이 자사주 처분에 속도를 낸 것은 우호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지분율은 6.59%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18.19%다. 25.1%에 달하는 자사주를 단순 소각하면 지분율은 36.48%로 올라가는 데 그친다. 2대 주주는 미국계 투자사 피델리티로 현재 9.99%의 지분을 들고 있다.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위협적인 수준이다.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협력사에 처분하는 묘수를 찾았다는 평가다. 자사주는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경영권 위협 시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금비와 삼화왕관과 맞교환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각각 18.15%, 16.54%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협력사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명분을 찾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3개사 모두 광동제약과 협력관계가 긴밀하다. 광동제약은 제약뿐만 아니라 음료수 사업도 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금비와 삼화왕관은 각각 유리·플라스틱, 병마개를 생산한다. 제주삼다수, 비타500 등 각종 음료를 생산하는 광동제약과 관계가 깊다. 상대 회사의 주식을 받게 되면 협력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처럼 '자사주 동맹'을 맺는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세방과 하이비젼시스템도 45억원 규모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이들 역시 사업 협력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세방그룹은 작년 계열사 세방리튬배터리와 하이비젼시스템이 93억원 규모의 2차전지 생산라인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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