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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 고로 존재한다"…삶의 의미를 묻는 연극 두 편

입력 2025-09-30 17:21   수정 2025-10-01 16:19

어린 아이는 유치원에 가길 기다리고, 청소년은 성인이 되길 기다린다. 어른이 돼서도 기다림은 끝이 없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함께할 사람을 기다리고, 자신을 쏙 빼닮은 아이를 기다린다.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 오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기다림의 끝이 결국 죽음일지라도 무언가를 계속 기다리고 기다리는 인간의 숙명을 무대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의 동명 희곡을 무대로 옮겼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그루의 앙상한 나무만 서 있는 허허벌판에서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전부다. 이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고도가 언제 올지 모른 채 무의미한 대화와 행동을 반복하며 그저 기다린다.



고도는 보는 사람에 따라 수천, 수만가지 의미를 띤다. 블라디미르 역을 맡은 배우 이호성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명작입니다. 옛날에 외국의 교도소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 적이 있대요. 그때 공연이 끝나고 죄인들한테 '여러분의 고도는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술, 빵, 고기, 여행 등 각기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고 해요. 고도가 무엇인지는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숨 쉬며 살아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허하고 막막한 기다림의 연속인 삶 속에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디디, 우린 늘 이렇게 뭔가를 찾아내는 거야. 그래서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구나"라는 고고의 대사처럼 기다림 속에서 반짝이는 실존의 증거를 찾기도 한다.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국 관객에게 처음 알린 고(故) 임영웅 연출의 기법을 그대로 따른 이번 공연은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진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미국 배우 겸 극작가 데이브 핸슨이 오마주한 작품이다. 2013년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뒤 지난해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다.

주인공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의 대역 배우인 '에스터'와 '밸'. 이들은 연출이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호출할 때까지 분장실에서 대사를 연습하거나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때운다.

원작의 난해함은 덜고 웃음 포인트는 늘린 작품이다. 두 주인공이 기다리는 대상이 '연출'로 분명하고, 과장되고 엉뚱한 대사는 객석을 끊임없이 웃음 짓게 한다. 특히 에스터가 "예술을 하려면 고통을 참아야해. 그러니까 오줌을 참았어야지"와 같은 실없는 소리를 할 때마다 객석에선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이번 재연 무대에선 배우 박근형과 김병철이 '에스터' 역을, 이상윤과 최민호가 '밸'을 연기한다.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디디 역을 맡았던 배우 박근형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함이 묻어나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공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은 "존경스럽다"는 감탄을 남겼을 정도다.

이 작품은 활자에 숨결을 불어넣는 '배우'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에스터의 대사처럼 "예술가는 물질적 부유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 위 배우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과도 겹쳐진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인정받고 계속해서 선택받길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라서다. 작품은 배우를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달픔을 어루만진다.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는다". 두 연극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 대사는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에 무뎌진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려왔고, 또 무엇을 기다리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두 작품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는 습관에서 벗어나 그 해답을 찾도록 질문을 던진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다음 달 4일까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11월 16일까지 공연한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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