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탈북민’ 용어를 ‘북향민(北鄕民)’ 등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탈북민 대상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부 탈북민들은 “통일부가 탈북민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여론조사를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 명칭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업체는 탈북민 개인 연락처로 설문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통일부 의뢰로 탈북민 명칭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응답 내용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고 안내했다.
메시지를 전달받은 일부 탈북민들은 통일부가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탈북민 연락처를 여론조사 기관에 공유한 게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 탈북민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론조사 소식을 알게 된 직후 통일부에 ‘우리 연락처와 명단을 넘긴 것이냐’고 항의했다”며 “탈북민 명칭 변경 사업을 위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사전에 공유받은 바도 없었다”고 했다.
해당 여론조사가 당초 예정된 시한(30일)보다 조기에 종료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탈북민 B씨는 “탈북민 명칭 변경과 관련한 여론조사라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데, 정작 링크 접속을 해보니 설문이 종료됐다고 안내했다”며 “특정 인원을 대상으로 입맛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이 이어지자 통일부는 해당 여론조사를 오는 10월 2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개별 안내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오해 소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는 법적으로 탈북민 주민등록 및 거주지 정보를 가지고 있고, ‘하나원’에서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며 “탈북민 실태조사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별로 연락드리다 보니 오해가 있었다”며 “이번 여론조사는 데이터베이스 상 탈북민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실시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북한이탈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탈’자”라며 “탈북은 어감도 안 좋기 때문에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로 해서 북향민이 제일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 및 탈북민 명칭 변경 필요성과 새 후보군 등을 놓고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필요시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연구용역과는 별개로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