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은 1977년 무인기 사업에 첫 발을 들인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무인기를 연구 개발해오고 있다. 초반에는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무인기 부품 제작 업체로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무인기 기체 개발과 무인기 기반 기술 연구를 수행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2004년에는 무인기 분야를 전략적 미래 중추 사업으로 키우라는 경영층 의지에 힘입어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처음 무인기 개발에 착수한 모델은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KUS-7이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2007년 KUS-7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09년에는 전술무인기 KUS-9을 잇따라 개발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해 기본 무인기의 절반 수준으로 크기를 줄이고 비행 시간을 늘리는 한편, 활주로가 없는 산악 지형에서 이착륙 가능한 시스템을 적용했다. 대한항공의 KUS-7·9 개발은 민간 및 군수용 무인기 국산화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또한 현재 우리 군에서 운용 중인 사단정찰용 무인기 개발의 기초가 됐으며, 후속 군수 지원도 대한항공에서 담당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무인기 전담 사업부를 운영하며 국내 무인기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소형 드론부터 대형 무인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다룬다. 중고도 무인기(KUS-FS), 사단정찰용 무인기(KUS-FT), 다목적 무인 헬기(KUS-VH), 수직이착륙 무인기(KUS-VT) 등 우리 군과 지자체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무인기 다수를 자체 개발했다.
특히 대한항공이 4년여에 걸쳐 개발한 사단정찰용 무인기는 국내에서 최초로 무인기 감항인증을 받으며 국내 무인기 개발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무인기는 2014년 운용시험 평가 결과 ‘전투용 적합 판정’ 및 국내 최초의 무인항공기 ‘형식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부품 국산화율도 95%에 달해 해외 업체 의존도를 낮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한항공의 주력 사업은 저피탐 무인 편대기와 중고도 무인기다. 저피탐(Low Observability) 무인 편대기는 무인기 여러 대가 편대를 이뤄 핵심 전력인 유·무인기 주변을 정찰 및 감시하고, 적을 기만하는 방식으로 호위무사 역할을 하는 무기체계다. 대한항공은 저피탐 무인기 핵심 기술인 스텔스 형상 설계 기술, 다중대역 전파흡수구조 기술, 선택적 전파투과막(FSS) 레이돔 기술 등을 확보했으며, 인공지능(AI) 파일럿 기술을 개발해 임무 자율성능과 군집 비행 제어 능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 국내 최초의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를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은 중고도 무인기(MUAV)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중고도 무인기는 길이 13m, 폭 25m에 1200마력(HP)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한다. 고도 6~13㎞ 상공을 날며 100㎞ 밖 지점의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군사용으로는 감시정찰 및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파생형으로 개발될 수 있으며, 민간용으로는 광대역 해상, 국경, 환경, 재난 감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23년 MUAV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생산된 기체는 우리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기체 개발 외에도 AI 기반 유무인·무무인 복합체계를 위한 자율 군집 비행 기술, 저피탐 기술, 무미익(꼬리날개가 없는 형태의 기체) 제어 기술,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 등 무인기 운용에 핵심적인 기술에도 경쟁력을 갖췄다. 이는 미래 무인기 개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들이다.
대한항공은 해외에서 떠오르는 방산 기업들과도 적극 교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 안두릴(Anduril)과 맺은 임무자율화 기반 무인기 개발 협력이 대표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안두릴은 AI, 무인기 개발, 데이터 분석 등에 특화돼 방산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은 안두릴과 손을 잡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올해 7월부터는 튀르키예 무인기 전문기업 바이카르(Baykar)와 손잡고 중형급 무인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 유수 방산업체들과의 기술 협력으로 대한항공은 차세대 무인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아태 지역을 비롯한 해외 방산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항공우주사업의 역량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그간 축적해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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