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산성에는 지속적으로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인사관리(HR) 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8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하는 직장인 중 70%는 업무 태만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조용한 휴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업무 태만 시 어떤 일을 했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45.9%가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낮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했다고 답했다. 은행·병원 등 볼일 보기(35.1%), 독서·운동 등 취미생활(32.4%), 국내 및 해외여행(22.3%) 등이 뒤를 이었다.한 대기업 임원은 “인력난이 한창일 땐 다른 회사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재택근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했지만 성과 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했다.
이에 재택근무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7월부터 기본 근무 형태를 전면 재택에서 ‘주 3일 이상 출근’하는 오피스 타입으로 전환했다. 구글도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운용 중인데, 1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출근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미국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체 10%에 달하던 ‘완전 재택근무’ 연방 공무원들에게 전일 출근과 대면 근무를 명령했다. 정부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며 ‘유연근무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한국과 대조된다.
다만 재택근무 폐지는 추후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택근무를 임금 인상에 준하는 복지로 받아들이는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팬데믹 후 회사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카카오 온’ 근무제를 2023년부터 운영하다가 노조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주 1회 원격근무(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재택근무가 명문화돼 있으면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사 컨설팅 회사 에프엠어소시에이츠의 신재욱 대표는 “노사가 각자 선호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화두를 두고 진지하게 터놓고 얘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