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알짜 개발 사업으로 불린 ‘부천 오정동 도시개발사업’이 재개 직전 멈춰 섰다. 시공사로 나서기로 한 호반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스(PF) 약정 체결 당일인 지난 24일 일방적으로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을 대신해 부천 오정동 도시개발사업 대체 시공자로 유력하던 호반건설이 최근 사업 참여 결정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기 결정을 통보한 것은 PF 대출 약정 체결 당일이었다. 채권단은 호반건설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파기”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태영건설은 시를 대행해 부천 오정동의 군부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군부대 부지를 포함한 주택 공급 토지 약 44만㎡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4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수도권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한 ‘알짜 사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약 40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던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프로젝트가 전격 중단됐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며 풀리기 시작했다. 사업 첫 단추인 군부대 이전을 매듭지으면서다. 군부대 이전으로 불씨가 살아나자 대체 시공사를 찾아 나섰다. 주택 용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부터 6개월간 진행된 협상을 통해 지난 7월 호반건설이 태영건설의 대체 사업자로 확정됐다. 호반건설은 PF 대출 조달을 위해 증권사 세 곳을 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사업 재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순항할 것 같던 사업은 호반건설의 사업 철회 결정으로 다시 위기에 빠졌다. 호반건설이 1900억원에 달하는 첫 번째 PF 대출 약정 체결 당일 불참 의사를 일방 통보했다. 채권단은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약정 체결 당일 호반건설이 갑작스럽게 사업 리스크와 수익성을 거론하며 일방적으로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실사와 검토를 통해 참여를 결정한 상황에서 새삼 리스크와 수익성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호반건설은 “리스크 평가 결과 기존에 나온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작다는 결론이 나와 결과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부천 PF 사업이 다시 난항에 빠지면서 해당 사업으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려던 태영건설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은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자구안 핵심 중 하나인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 매각 등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가 큰 상태였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블루원 소유 골프장 네 곳을 매각해 3000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