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합의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평화 협정 체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은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인질과 수감자 석방,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종전 후 평화위원회 설립 등이 핵심이다.
평화구상안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동의할 경우 전쟁은 즉시 끝난다. 이스라엘군은 합의된 구역까지 철수하고, 완전한 단계적 철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전선은 현 위치에서 고정된다. 하마스는 종전안을 수용하면 이후 72시간 내 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송환해야 한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은 종신형을 받은 수감자와 체포된 가자지구 주민을 석방한다. 인질 송환이 마무리되면 평화를 약속한 하마스 구성원은 사면받을 수 있다.
종전 후 가자지구 관리와 재건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가자지구 통치는 임시 과도정부인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맡는다. 팔레스타인인과 국제 전문가로 이뤄진 팔레스타인 위원회는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위원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재건 틀을 마련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가자지구 치안과 국경 안보를 담당하는 국제안정화군(ISF)도 신설한다.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가자지구 영토는 점진적으로 ISF에 이양할 계획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중동,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종전 구상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며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하루 만에 3.5% 하락 마감했다.
변수는 하마스가 이번 계획에 동의할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아직 문서를 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면 가자지구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마스가 종전안을 거부하면 이스라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점령 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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