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들어 매월 감소하던 숙박·음식점 판매지수가 지난 7월 1.5% 깜짝 반등했다. 7월 말부터 전 국민에게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면서 외식 수요가 늘어난 효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외식업계의 온기는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8월 숙박·음식점 판매지수는 0.2% 감소했다. 심지어 7월의 소비 진작도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7월 대형마트 판매는 2.6% 감소했다. 8월엔 감소 폭이 13.9%까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집밥을 해 먹는 대신 소비쿠폰으로 외식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소비이동’ 효과”라고 분석했다. 소비쿠폰이 소비를 늘리기보다 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업종(대형마트)에서 가능한 업종(외식업)으로 소비를 이전시켰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쿠폰이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기존 지출을 대체한 결과 소비 진작 효과가 희석됐다”고 말했다. 2차 소비쿠폰의 효과도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8월 말부터 경기가 다시 식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일부 업종에 소비 진작 효과가 집중되면서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8월 말부터는 소비쿠폰의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7월 전달보다 2.7% 반짝 상승한 소매판매는 8월 들어 2.4% 하락세로 돌아섰다. 음식료품같이 생활필수품이어서 불황에도 꾸준히 팔리는 비내구재(-3.9%)와 가전제품 등 경기 영향을 받는 내구재(-1.6%) 모두 감소했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의 주간 단위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살펴보면 경기가 식는 흐름이 더 두드러진다. 음식료품, 외식, 의류, 미용 서비스, 학원, 성형외과 등 소비쿠폰 사용 품목의 매출이 7월 마지막 주에서 8월 둘째주까지 증가하다 8월 말부터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넷째주에 1년 전보다 10.3% 증가한 음식료품 결제액은 9월 첫째주 42.3% 줄었다. 미용 서비스도 7월 말과 8월 초 12.7~16.8% 늘었다가 9월 첫째주 12.1% 감소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대형마트는 6월 첫째주 이후 15주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소비쿠폰의 소비이동 효과가 본격화한 8월 셋째주에는 감소 폭이 14.5%까지 커졌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7월 이후 단 2주를 제외하고 증가했다. 8월 온라인쇼핑 결제금액은 30조6287억원으로 한식과 대형마트 등 2~5위의 결제금액을 모두 합친 금액의 두 배에 달했다. 브랜드별로도 1~3위가 쿠팡과 네이버쇼핑,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과 강화된 산업재해 규제 등으로 기업 투자가 움츠러든 것도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여겨진다. 박석길 JP모간 전무는 “10월 추석을 앞두고 9월에 생산과 주문을 늘린 효과로 3분기 성장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겠지만 4분기엔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효/김익환/이광식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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