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단 이카루스가 힘껏 날아올랐다. 하늘을 나는 쾌감에 도취해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점점 높이 올라갔다. ‘준엄한 교훈’을 전하는 옛이야기가 다 그렇듯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는 밀랍이 녹아내려 날개가 떨어져 심연으로 추락했다. 그리스 사모스섬 남쪽 아카리아해는 이카루스가 빠져 죽은 곳이라는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고대의 신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왕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거나 ‘아버지 말씀을 어기지 말라’는 것과 같은 권위에의 복종,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겸양에의 요구가 아닐까. 신에 대한 불경을 예방하고자 했던 고대인들의 독특한 정서도 행간에서 진하게 읽힌다.

이런 ‘이카루스의 비상과 추락’과 관련된 옛 교훈을 현대의 마케팅 구루이자 혁신 전략가인 세스 고딘은 도발적으로 재해석하고, 과감하게 전복한다. 그는 “이카루스가 너무 높게 날지 않았으면 그는 과연 안전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신화 속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너무 높이는 물론,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 수면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는 날개가 젖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다면서….
‘높이도, 낮게도 날지 말라’는 다이달로스의 경고에 주목한 고딘은 ‘안전지대’에 머물 것을 강조했던 고대의 신화가 결코 ‘안전지대’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결국에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달 10주년 기념판으로 한국의 독자에게 다시 다가온 세스 고딘의 주저 <이카루스 이야기>(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는 ‘안전하다’는 착각과 관련해 현대판 판타지 영화를 보듯 매혹적으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고딘의 경고가 향하는 곳은 적은 것에 만족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는 사람들이다. 소위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위험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선 더 높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고서도 날개를 접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인간이 나아갈 길은 무모한 어리석음도, 자기 생각을 찾아볼 수 없는 무조건적인 복종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간이 되고, 마음껏 날아오르는 것이라고 고딘은 역설한다.
책은 비즈니스가 우호적인 환경에서 순조롭게 굴러가는 ‘안락지대’에 안주한 기업들이 자기 능력과 통찰력,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못하고 정체돼 서서히 말라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안락지대, 안전지대는 고정불변의 공간이 아니다. 안전지대도 끊임없이 이동하고 사람과 기업은 현신과 파괴, 재탄생을 거듭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줄을 서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충성과 복종이 보상받는 시대는 오래갈 수 없다. 허물고, 무너뜨리고, 바꾸고, 부수는 속에서 고통을 즐기라고 고딘은 힘줘 말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한계를 뛰어넘고 현실을 바꿔 나간다.
책은 따분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자신을 가두던 알을 깨고 나온, 그러면서도 날개를 잃지 않은 채 태양 가까이 다가간 수많은 이카루스의 사례들이 넘쳐난다.
빌 클린턴 행정부 2기의 내무장관 브루스 배빗이 대표적이다. 그는 100여년 역사를 지닌 엘화강 댐을 폭파하자고 주장했다. 더 이상 쓸모를 잃은 댐이 연어의 산란 과정을 방해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원의원과 언론의 비난은 물론 대통령의 질책까지 이어졌다. 몇 년 후 그는 미국의 7만5000개가 넘는 댐 가운데 엘화강 댐보다 훨씬 작고 쓸모없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댐부터 부수기로 했다. 이번에는 널리 홍보하지 않고 조용히 해치웠다. 댐을 폭파하고 나자 물고기 개체 수가 1년 만에 40년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결국에는 말도 많고 저항만 거셌던 엘화강 댐마저 무너뜨렸다.
이밖에 양식장에 해초가 달라붙어 해류의 흐름을 막는 바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아무런 책임도 없지만, 원통형 그물을 창안해 문제를 해결한 스물한 살의 청년, 수익성 높은 안정된 기존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행 정보 제공회사 트립티즈를 설립했던 찰리 오스몬드와 같은 다양한 층위의 현대판 이카루스들의 분투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계산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으면서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며 정해진 규칙 없이 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이들의 도전기는 10년의 세월을 느낄 틈도 없이 순식간에 가슴으로 파고든다.
지금도 주변에는 ‘울타리에 갇혀 자신의 능력을 숨긴’ 이들이 적지 않다. ‘도전은 신의 몫이 아니다’라고 고딘의 외침은 여전히 생생하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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