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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무탄소 전기인데"…재생에너지 떠받치느라 등골휘는 원전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5-10-01 11:10   수정 2025-10-01 13:59



한국수력원자력이 탄소배출권 유상할당으로 인해 매입한 배출권 규모가 불과 2년 만에 1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자체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이지만,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메우느라 양수발전 가동을 늘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수원이 유상할당으로 인해 매입한 배출권 규모는 43억6299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3억9200만원에서 11.1배 가량 급등했다. 한수원 자체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전기 소비처'로서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최근 몇년 새 매입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원인으로는 봄·가을철에 남아도는 태양광 발전량을 한수원이 운영하는 양수발전에 저장해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부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리는 펌핑 과정에서 전력이 소모되는데,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이러한 전력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강승규 의원은 "청정에너지라 홍보되는 태양광은 산을 훼손하고 각종 환경 부담금과 규제를 낳았을 뿐 아니라, 남는 전력을 처리하는 비용마저 원전 공기업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동해안 지역의 송전망 제약으로 발생한 민간 화력발전소의 잉여 전력까지 한수원의 양수발전소가 떠안으면서 추가적인 탄소배출권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구조의 근본원인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직접 배출'뿐 아니라 전기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에도 배출권을 할당하는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전기를 쓰면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에 할당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양수 등 무탄소 발전을 담당하는 한수원조차 전기 생산자로서는 면제되는 배출권을 전기 소비자로서 떠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하지 않는 '이중규제'"라며 "한수원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각종 산업의 전기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을 할당할 게 아니라 2021년 전기요금 항목으로 신설된 기후환경요금에 반영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비용으로도 7417억원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22년 4398억원에서 1.7배 가량 뛰었다. 원전 공기업인 한수원이 매년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를 시장에 의무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무탄소 발전원인데도 한수원이 재생에너지를 키우고 뒤처리하는 일에 혈세를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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