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 관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조선시대 사례를 들며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언급, 식료품 업계가 초비상이다.
대통령은 식품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 서민의 장바구니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강하게 정부가 고삐를 틀어쥐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지만, 2차 소비쿠폰 신청·지급이 이뤄진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성 지원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께서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켰다고 했지만 경국대전 어디에도 매점매석을 사형으로 다스린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상황에서,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경제 원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수입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이건 국민 생존의 문제다. 조선이 망한 이유 중 하나도 대원군의 당백전 남발로 인한 화폐가치 폭락이었다"면서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인다.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시대 법을 들먹이며 상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발 경제만은 순리대로 운영해 달라. 경제는 원리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면서 "국민은 바나나 가격통제보다는 원화 가치를 지키고 경제 원칙을 존중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국가 채무를 늘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민생을 파탄 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으로 한국이 장기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부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폭주 재정중독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부채 비율은 비(非)기축통화국 중에서는 벌써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이 됐다. 왜 우리 재정이 건전하다고 주장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한다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지 않는다. 지원금이 아닌 기업과 민생을 살리는 정책을 중심으로 해야 성장해서 세수가 더 많이 걷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자인 박 의원은 "경제가 엉망이 돼 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부 재정마저 흔들리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서 "재정에 중독되고, 재정을 폭주하는 이재명 정부를 막지 않으면 우리 미래 세대가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오히려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면서 재정을 쓰다 보니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이자율 부담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정부의 재정 적자로 돈을 풀고, 이것이 다시 서울 부동산으로 몰려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파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구조나 경제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국가 채무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 중독은 심각한 우려가 있다"면서 "미국 관세 협상도 최대 위기로 만든 가운데, 정부는 국내적으로나 국외적으로나 재정·통화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관련해선 "지난달의 경우 식료품 및 음식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9% 폭등했다"면서 "재정의 잘못된 쓰임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또 오르고 있어서 환율에도 부담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9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대응도 해야겠지만 근원적인 물가 회복도 고민해야 한다"며 "유통 구조나 비정상적 시스템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도 철저히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가안정이 곧 민생안정이라는 자세로 신경을 써달라"며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충해 주고 취약계층의 생계 어려움을 덜어줄 실질적 기반도 마련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시작된 시점은 2023년 초인데, 왜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다"며 "고삐를 놔주면 (시장에서)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 부리고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매점매석하면 사형시켰지만 이것을 통제하는 게 정부"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격 인상을 검토했던 식료품 기업들도 당분간 초비상 상태에 빠져들어 치열한 눈치작전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관세 여파로 원재료 국제 시세가 오르고, 그 결과 한국 식료품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6%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2022년 들어 5.1%로 급등하며 본격적인 물가 압력이 커졌다. 이어 2023년에도 5.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2024년 역시 5.5% 오름세를 이어갔다. 2025년에는 3.9% 상승으로 다소 둔화했지만, 전체적으로 최근 5년간 누적 상승률은 2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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