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삼의 절세GPT>에서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각종 세금 관련 이슈를 세법에 근거해 설명합니다. 18회는 미래에셋증권 '세이지(Sage)' 컨설팅팀의 박지영 선임매니저(세무위원)와 함께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에서 주의할 부채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 A씨(60대·남)는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49㎡)를 아들 명의로 매입한 후 1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향후 아들이 결혼하면 분가해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산 것이다. A씨는 1년 후 세무서로부터 아들의 아파트 취득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는 안내문을 받았고 전세 계약서와 아들의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했다. 이후 아들은 결혼 후 A씨가 전세금을 대신 갚으면서 해당 아파트로 입주했다.
그런데 이번엔 전세금 반환자금의 출처를 소명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아들이 소명하지 못하자 세무서에서는 A씨가 전세금을 증여한 것으로 판단해 2492만원의 증여세를 고지했다. A씨는 "처음 자금 출처를 조사할 때 소명 자료를 제출해 끝난 줄로만 알았다"며 "전세금을 갚아 준 것에 대해 또다시 소명을 요구할지 몰랐다"며 난감해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자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는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이면서 목돈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자금 부담이 커진 탓이다. 문제는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가 자칫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형식상 돈을 빌린 것처럼 위장하는 절세 시도로 간주되면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 간 차입 시 차용증 작성 필수
박지영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는 3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부동산 대책 이후 금융사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그럼에도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세대가 부모에게 돈을 빌려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물론 부족한 자금을 전부 증여받을 수도 있지만 거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부를 증여받고 나머지는 부모에게 빌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에서는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해야 한다고 박 선임매니저는 강조했다. 차용증에는 원금·이자율·상환 기한 등 구체적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 부모 돈을 무상이 아닌 차입한 것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선임매니저는 "국세청이 주택 취득 시점에 별도의 자금 출처 조사를 하지 않았어도 부채 상환 내역을 관리한다"며 "필요할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기록 남기고 상환능력 입증해야
원금·이자 상환을 위한 송금 등의 금융거래 기록도 남겨야 한다. 무이자로 계약했다면 원금을 분할 상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법에서는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의 적정 이자율을 연 4.6%로 정하고 있다. 이보다 적게 받은 이자에 대해서는 증여로 보고 과세한다. 다만 법정 이자와 실제 받은 이자 간 차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무이자 조건으로 2억1700만원까지의 차입은 용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세무업계의 설명이다.박 선임매니저는 "만약 차용증대로 원리금(원금+이자)을 갚지 않거나 부모가 대신 상환하는 형식만 만들면 가공채무로 간주된다"며 "이 경우 국세청은 차입금을 사실상 증여로 판단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가산세까지 더해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빌린 자녀가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통해 상환 능력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직접 상환이 이뤄져야 하며, 제3자가 대신 갚거나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다시 자금이 흘러가는 거래는 주의해야 한다.
박 선임매니저는 "절세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며 "차용증만 작성하고 실제 상환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 간 차입이 절세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실제로도 상환해야 한다"며 "'빌린 돈은 반드시 자기 힘으로 갚는다'는 원칙이 가장 확실한 절세법"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