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무서운 성장세로 거래소의 아성을 위협하자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본격적인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 체제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한 건 넥스트레이드의 공격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출범 직후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7월부터 거래대금 점유율 30%를 넘겼다. 거래시간은 더 길고 수수료는 더 낮아 자연스레 주문이 몰렸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도입된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같은 호가일경우 수수료가 더 낮은 거래소로 주문이 자동 체결되도록 설계돼있다. 올해 1~6월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은 94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전인 1~2월 수익은 유지됐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수익 감소폭은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두달 간의 수수료 인하가 두 회사의 점유율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거래소의 의중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비용이 더 싼 곳으로 거래를 체결시키도록 설계된 최선집행시스템이 두 거래소의 수수료가 같을 경우 어떻게 움직일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내년 중 거래시간 연장 작업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수수료 영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주식거래만 중개하는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상장, 공시, 청산 등의 업무까지 맡고 있는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 수록 손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거래소가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도 좋지 않았다. 되찾은 점유율로 인한 수익보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번 수수료 인하가 자칫하면 ‘치킨 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 조치에 대응해 넥스트레이드도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에 나서며 맞불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내년까지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연장, SOR 시스템 손질 등을 통해 시장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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