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6·27 대책) 이후 잠잠해지나 싶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난달부터 다시 강해지고 있다.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대책)이 공급 불안에 대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자,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가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대문구 이문동과 강서구 가양동 등에 있는 10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아파트(1318가구)에선 지난달 15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 6월만 해도 13건에 달하던 이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 7월과 8월엔 각각 0건, 3건으로 급감했다. 6·27 대책 여파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거래가 다시 풀리고 가격은 뛰고 있다.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3일 8억33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2년 5월(8억4700만원) 이후 약 3년 만의 최고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6·27 대책’ 이후 관망하던 수요자가 무리해서라도 ‘사자’ 행렬에 올라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문동 쌍용 아파트는 2000년 준공된 1318가구 규모 단지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이 가깝다. 이문·휘경뉴타운 개발에 따른 호재도 안고 있다. 그러나 전용 59㎡와 전용 84㎡ 모두 시세가 7억~8억원 선으로 저렴해 ‘가성비’ 단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1556가구)의 거래량도 지난 8월 9건에서 지난달 25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이 인접해 강남권으로 쉽게 출퇴근할 수 있다. 한강 변이란 프리미엄도 갖추고 있다. 이 아파트는 모두 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있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전용 49㎡ 매매가는 7억~8억원, 전용 39㎡는 5억~6억원 선이다. 재건축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성북구에선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1971가구)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전용 84㎡ 실거래가가 6억원이다. 돈암동 한신한진(4509가구)은 8억원대에 전용 84㎡를 구매할 수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2104가구)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2265가구)도 지난달 들어 거래가 늘고 있다. 대출 규제 여파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일으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층 위주로 가성비 대단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우성(1597가구), 구로구 개봉동 한마을(1983가구),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2105가구) 등도 10억원 미만이면서 지난달 거래량이 10건 이상인 단지 목록에 올랐다. 이들 아파트 모두 전용 84㎡ 실거래가가 8억원 중반~9억원 초반 선에 형성돼 있다.
강남권에선 10억원 미만으로 초소형 단지 정도만 매수할 수 있다. 예컨대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 전용 35㎡가 지난달 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송파구에선 거여·마천·문정동 등 비교적 외곽 지역의 구축 단지를 노려볼 만하다. 1997년 준공된 거여동 거여5단지(605가구) 전용 59㎡ 2층 물건이 지난달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마천동 금호타운 전용 59㎡(9억3000만원), 문정동 문정시영 전용 46㎡(8억5000만원) 등도 최근 실거래가가 10억원 미만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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