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극인 보육인 방송인 장효인' 그의 인스타그램에 적힌 직업소개다.
장효인은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며 방송에 입문했다. 그의 동기는 김원효, 김준현, 박성광, 김지호, 장도연, 최효종 등으로 KBS 2TV '개그콘서트' 황금기를 이끈 '황금 라인'으로 꼽힌다. '개그콘서트'에서 '두근두근' 등의 코너를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장효인은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을 웃겼던 그는 이제 아이들을 웃기고 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장효인은 보육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힘든 시기에 공짜로 얻어진 축복이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소중했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 밖에 나가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는 그였다. 우울하고 방황했던 시기에 사촌 동생에게 보육교사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내가 하면 안 돼?"라고 물어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것.
그와 돈독했던 동기 개그우먼 박지선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도 보육교사 일을 하면서 이겨냈다는 게 장효인의 말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동심이 좋았어요. 저를 그저 자신들을 돌봐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으로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의 마음이 저를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든 거 같았어요.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나를 바라보는 동정 어린 시선과 다양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요."

보육교사의 노동강도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과 장시간 함께하며, 학부모 응대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 그렇지만 장효인은 "일을 시작한 초기에 긴 연휴가 있었는데, 쉬어서 좋은 게 아니라 아이들이 보고 싶더라"며 "그게 너무 신기했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지 않고, '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사람 관계가 귀여우면 끝인 거 처럼, 일이 재밌으면 끝인데 이게 그래요. 오늘 제가 돌보는 아이 중 하나가 일찍 왔어요. 그런데 그게 좋은 거에요. 일찍 볼 수 있으니까요. (웃음) 지금 제가 담당하는 반은 0세 반인데, 100일 아이를 키워 이제 옹알이까지 해요. 그런 걸 보는 게 엄청난 활력이 돼요. 힘들고 괴로웠던 것도 잊게 되고요."
개그우먼으로 10년간 살아온 경력 역시 보육교사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장효인은 "연예계 생활을 하면 사회성이 잘 발달할 수밖에 없고, 친화력과 공감 능력이 좋아야 하는데, 그런 특성이 이 일과 잘 녹아든다"며 "원장님, 동료 교사들 뿐 아니라 어머니들과 관계 형성이 잘 되는 게 중요한데, 저를 많이 신뢰해주신다. 신뢰감이 금방 형성된다"면서 웃었다.
더불어 "아이들도 잘 따라준다"며 "처음 오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다가가기보다는 지켜보고, 공감해준다. 애가 울면 '울면 힘들다'고, '친구들은 재밌게 놀잖아'라고 상황 인지를 해주고 '엄마는 울어도 오고, 안 울어도 온다. 이왕이면 재밌게 기다리자'고 화이트 가스라이팅을 한다"고 했다.
보육교사로 경력이 쌓이면서 2023년 방영된 ENA '오은영게임'에서는 보육 전문가로 출연했다. 제작진도 평일에는 어린이집에 출근해야 하는 그를 배려해 주말로 촬영 스케줄을 잡았다고. 오랜만에 방송 출연이었지만, "방송보다는 보육이 제게 1순위"라고 말하는 장효인이었다.
"매년 아이들과 동물원, 딸기 농장, 고구마밭에 가요. 이건 직업이 아니었다면 못 누릴 경험이죠. 인간 장효인이 몰랐던 세계를 교사 정효인이 누리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보육진흥원 주최로 보육직원토크콘서트, 보육교사힐링콘서트 등의 무대에도 올랐다. 그때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연차를 쓰면서 참여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외도는 보육 일을 최우선에 두고, 연차로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인 거 같다"고 했다.
이제는 누구보다 능숙한 보육교사가 됐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은 "여전히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은 뼈가 유연한 탓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잡아 올리거나,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를 일으켜 세울 때 잘못 잡으면 쉽게 팔이 빠지는데,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만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여기에 아이들끼리 부딪히거나 긁히고, 넘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장효인은 "안전사고 교육을 늘 받고, 저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그게 계속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저뿐 아니라 많은 보육교사가 겪는 일인데, 당당하고 떳떳해지려면 '불가항력의 사고'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 같다"며 "세상에 좋은 선생님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 상처받고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10년간 개그를 했고, 보육교사로 10년 차를 앞두고 있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을 물었다. 장효인은 보육교사 경력을 살려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임교사, 원장이 되는 코스가 아닌, "아동심리 상담과 청소년 심리 상담뿐 아니라 부모 교육에도 관심이 가고, 유아용품과 어머니들의 패션, 일상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홈쇼핑 등도 요즘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 그런데도 아직 최고 관심사는 보육과 아이들이었다.

"아직은 제 인생에 이 직업이 꽉 차 있어요. 정년이 없으니 원장 자격증을 따 놓으면 언제라도 저를 품어줄 거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웃음) 제가 쉬지 못하는 게, 아이들 환청이 들려요. 쉴 때도 '지금 아기들 점심 먹겠다', '낮잠 시간이네' 이런 생각을 하고요. 다른 일을 생각하며 그만뒀다가도 다시 '아기들 보러 가자' 이런 느낌인 거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큰 만큼 함께 일하는 분들이 느끼는 고충에도 공감하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선생님들의 업무가 지치고 힘들어도 자신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교사도 본인이 스트레스가 없어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거죠. 사실 여가를 갖기가 힘든데, 어떻게든 짬을 내서 힘듦을 풀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스스로 예민해지는 걸 막고,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가지 않고요. 우린 직업인이잖아요. (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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