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은 어떻게 좋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회계처리 문제와 유배당보험 계약자 배당 문제를 비판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논란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유배당보험을 팔아 벌어들인 보험료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는데, IFRS17 도입 전까지는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삼성전자 주식 평가 차익)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IFRS17을 적용하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 매각 계획을 세워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매각 계획이 없으면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이 ‘0’이 된다. 생보업계는 이 같은 회계처리가 재무제표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2022년 말 회계 기준서상 ‘일탈 조항’을 근거로 과거 방식(계약자지분조정)을 허용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으로 8조9458억원(6월 말 기준)을 계약자지분조정(부채)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생명이 일탈 회계를 끝내고 IFRS17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리대로면 삼성생명은 9조원어치를 부채가 아니라 자본의 한 항목으로 분류해야 한다. 회사 재무상태표를 놓고 보면 부채가 줄고 자본은 급증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삼성생명이 분식회계를 한 것처럼 몰아붙이지만 전혀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현행 회계처리 방식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일탈 회계는 글로벌 단일 기준인 IFRS17에서 담지 못하는 각국의 특수한 상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라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적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자본으로 분류하겠다’는 뜻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애초 주장한 대로 자본으로 표시할 수 있게 허용했다면 지금의 논란은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쟁점은 회계처리 방식을 바꿀 때 소급·전진 여부다. 소급할 경우 과거 3개년 치 재무제표를 모두 고쳐야 한다. 반면 전진법으로 처리하면 향후 작성하는 재무제표의 회계처리 방식만 바꾸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진으로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하면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계 처리 논란을 빌미로 ‘삼성생명법’ 통과를 주장하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경제와 무역전쟁을 생각하면 삼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 ‘코스피지수 5000’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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