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3500선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건 ‘반도체주 랠리’ 덕분이다.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국내 대표선수’인 반도체주를 등에 업은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무난한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9.86% 급등했다. 장 중 40만5000원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3.49% 상승한 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만300원까지 뛰며 2021년 1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9만전자’를 터치했다.
한미반도체(6.01%) 테스(5.05%) 테크윙(2.52%) 등 주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도 줄줄이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요청한 물량은 단순 계산할 때 매달 10조원어치”라며 “2분기 SK하이닉스 매출이 약 22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점이 쉽게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도 반도체주를 밀어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 D램 생산라인을 HBM 생산용으로 전환하자 D램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장기 침체에 빠졌던 낸드마저 AI 데이터센터용 수요가 폭발하며 공급 과잉 상태가 해소됐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8.9% 급등한 점도 국내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픈AI와 정부가 국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건설 파트너십 계약도 맺으면서 삼성물산(4.93%) 등 관련주도 급등했다. AI 데이터 센터 건설과 함께 전력망 투자도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자 HD현대일렉트릭(4.87%), 효성중공업(2.69%) 등도 강세를 보였다.
D램 반도체 가격 상승, 글로벌 테크 기업의 지속적인 AI 투자 등에 따른 반도체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되며 주가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팀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이 대세 상승할 땐 바닥에서부터 평균 60~80% 오르지만 지금은 저점에서 11% 오르는 데 그친 상태”라며 “반도체 업종 이익 상향분이 20% 정도밖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도체주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도체주만 상승 흐름을 유지하더라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수준인 3800선까지 무난하게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아직 살아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한국 시장만의 호재”라며 “상승 추세를 타면 과하게 오르는 경향이 있는 주식 시장의 특성상 지금보다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성미/맹진규/조아라/선한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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