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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산업·에너지 분리 완료…'규제와 진흥’ 딜레마 폭발하나

입력 2025-10-06 19:20   수정 2025-10-06 19:21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됐다. 단순한 부처 관할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철학과 방향성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이미 에너지 업계와 정책 현장에선 혼란의 조짐도 나타나는 중이다.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관가와 산업계에서 기후에너지부 이관으로 가장 우려하는 건 에너지 정책의 기능적 분리다. 기후부는 앞으로 산업부가 맡던 전력, 재생에너지, 원전 산업 육성 및 운영, 수소경제 등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에너지 정책 분야를 관할한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및 발전 자회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도 대거 기후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자원’을 이름에서 떼낸 산업통상부는 여전히 해외 원전 수출 전략, 석유·가스·석탄 등 자원 산업과 해외 자원 개발 분야를 담당한다. 석유·가스·광물 등을 맡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수출 기능을 담당하던 원전전략국도 그대로 보유해서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자원 공기업들도 맡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환경부 최초 제시안이 상당부분 그대로 들어갔다”며 “조직도를 보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져 보이는, 이상한 분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갈갈이 쪼개진 에너지 정책

가장 큰 우려는 에너지 정책이 둘로 쪼개졌다는 점이다. 발전과 에너지 전환은 규제부처인 환경부로, 자원과 수출은 진흥 정책을 맡는 산업부로 나뉘었다. 석유, 석탄, LNG 등 탄소를 배출하는 환경 단체에서 이른바 ‘더티 에너지’로 부르는 에너지 수급은 산업부가 맡고, 해당 연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은 기후부가 맡는 이중 구조가 만들어졌다. 관가에선 에너지정책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쪽(기후부)에서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외치며 에너지 전환에 가속페달을 밟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자원 안보와 원전 수출이라는 산업 진흥 목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정책에선 심각한 혼선이 예상된다. 원전 건설·운영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부가 맡게 되면서 국내 에너지산업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이 이원화되는 문제가 빚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예로들면 원전 운영과 관련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를 받고, 건설·해체산업·핵연료 보관·발전 사업에 대해선 기후부 관할을 받고, 해외 수출과 관련해선 산업부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미 제조 MOU 주력과 기후부 '말석'에
당장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 이뤄진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업무협약(MOU) 중 원전관련 협약은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가 주로 관할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설계, 미국 텍사스 AI캠퍼스 원전 건설 및 운영, 우라늄 농축공장 지분투자 등을 포괄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사업'을 MOU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원전산업정책과는 기후부로 넘어갔다. 한·미 관세협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한·미 원전협력을 맡을 부서를 통상과 관련없는 기후부옮긴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미 원전 협력은 원전 시공역량을 잃어버린 미국에 제 2의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될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 원전을 짓지 말자는 기후부가 한미 원전 산업 협력을 관할하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실제 기후부의 조직도상 원전산업정책국은 오른쪽 맨 아래에 위치해있다. 내부 서열상 ‘말석’인 셈이다.


한국은 원유 100%, 천연가스 100%, 석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극단적 에너지 수입 의존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의 분리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관리의 컨트롤타워 상실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한 전문가는 “미국과의 통상협상 파고를 넘긴 에너지 구매협상 등에서 보듯, 에너지와 산업 정책의 유기적 연계가 통상 협상의 핵심”면서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해오면 발전사들이 소화해야하는데, 이행 단계에선 부처 칸막이가 작동할께 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급등 우려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게 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기요금의 가파른 상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장관이 '탈석탄 신재생 전환'을 공헌했듯, 산업계의 탄소감축목표(NDC)를 대거 상향하고, 탈탄소 및 탈원전 등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계에선 특히 환경부 특유의 규제 중심 접근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결합되면,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인한 전력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차례에 걸쳐 올라 70% 급등했다. 전기요금 급등은 이미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갉아먹는 중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고부가로 전환돼야하는 건 맞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받는 타격이 너무나 컸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에너지부에서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말하는데,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너무 빠르고, 인식과 너무 괴리가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Energy Efficiency & Renewable Energy)에서 사용하면 안될 단어 목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지속 가능성’, ‘청정 에너지’ 등의 단어들이다. 기후부가 모두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들이다.

관가에선 “환경부는 본질적으로 규제 부처”라고 설명한다. 대기·수질 관리, 환경영향평가, 온실가스 감축 등 규제를 통해 환경 보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라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 정책은 산업 진흥의 성격이 강하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급격한 신재생 전환으로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기고, 한전의 부채도 급속히 늘어난 부작용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32년간 산업부에서 축적된 에너지 정책 전문성의 단절도 문제다. 에너지 정책은 전력 시장, 요금 제도, 에너지 안보, 국제 통상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산업부 에너지실 소속 직원들이 대거 이관하지만, 180도 다른 정책 목표 앞에서 당분간 숨죽일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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